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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7 - 전쟁과 평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7월
평점 :

7권은 북위와 후연의 참합피전투가 있었던 395년부터 시작한다.
중국 서북에 위치한 후연과 북위의 상황, 왜국의 내부 사정과 도래인들의 실상, 당시 실크로드 동쪽의 예술문화 등을 그리고 있다. 특히 소설에서 담덕이 건축하고자 했던 요동성 7중목탑이 눈에 들어왔는데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기록과 그림으로는 남아 있는 듯하다. 당시의 왕이 광개토태왕인지는 모르겠다만.
이번에는 고구려의 내부 상황보다 중국 서북과 왜국 현황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고구려와 신라의 선린관계, 백제와 가야의 선린관계, 그리고 백제와 왜국의 정략결혼 등 국제 정세가 다채롭게 그려지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육지에서 섬나라로 건너간 '도래인渡來人'들의 삶이었는데, 이 부분들을 밀도있게 다룬다.
7권에서도 여지없이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동진의 젊은 승려 도진, 장안 출신의 동진 승려 담시, 5년째 고구려에 볼모로 잡혀있는 신라 왕실의 자제 실성, 백제 월출산 석굴에서 학문의 경지에 이른 왕인, 그의 친구이나 세속적 욕망이 앞서는 사두.
그리고 드디어 해평의 재등장.
고구려 왕족 출신으로 역모가 실패해 왜국으로 도망친 후 그곳에서 고구려 출신들을 규합해 고마성 성주가 된 해평이 과연 복수와 야심을 이루기 위해 과거의 적이었던 백제군에 합류할지도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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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가 학문과 무술을 연마하는 목적은 나라를 위해 크게 쓰기 위함이다. 반면 왕인은 학문으로 사람을 구하고자 하고, 그가 생각하는 사람은 나라나 종족의 경계가 없는,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인생들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는 소우주의 이상향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 이런 그가 대륙의 꿈을 꾸는 오진과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담덕이 굳이 태백산 적송을 가져다가 요동성 산 중턱에 7중목탑을 세우려는 뜻은 개국한 조선이 몇 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있으니 민족이 하나로 일어나기 위해 우리 민족의 성산인 태백산의 적송에 영험함을 부여해 민족의 긍지를 보여준다는 목적을 가진다. 요즘, 너무 어수선하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흉악범죄가 보도되는 일이 있었던가? 거기에 폭우, 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인재로 변질돼 이게 무슨 일인가싶다. 이럴 때 혜안을 내보겠다는 노력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는데... 누가?
초부거사는 왕인에게 왜국왕을 설득하라고 부탁한다. 섬나라를 대동세상으로 만들자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여 응신의 대륙에 대한 욕망을 제지시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를 어쩝니까. 그 야욕은 21세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초부거사가 말하는 학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단지 안다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학문의 궁극적 목표가 있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앎은 허접한 쓰레기일 뿐이며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도록, 그 앎을 실천에 옮겨야만 참다운 지혜가 되는 것이다. 원론적이고 식상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누가 이런 말들을 진정성 있게 해주면 좋겠다.
8권에는 새롭게 등장한 숙신족 정벌과 왜구 및 가야와의 전투가 예상된다.
그런데 모르면 모를까 한 번을 이기지 못할 싸움에 전전긍긍하는 아신왕이 안타깝기는 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