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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 황폐한 풍요의 시대, 돈으로 살 수 없는 삶의 방식을 모색하다
마이클 해리스 지음,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7월
평점 :
이 책은 당면한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해서 짚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 오염을 시작으로 지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역사, 생물 및 진화, 자연, 정치와 경제, 정신분석과 심리, 철학, 프로파간다와 소비 활동, 사회적 자아와 돌봄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탐구하며 원인을 분석한다.

저자가 찾아간 매립지의 면적은 총 225헥타르에 달한다. 모나코공국에 맞먹는 크기다. 우리는 매년 20억 톤의 쓰레기를 생산하는데 그중 오천만 톤은 전자 폐기물이다. 쓰레기는 땅과 바다도 모자라 우주 밖으로도 보내지고, 우주 쓰레기 오십만 개는 길을 잃은 채 지구 주위를 시속 2만7천킬로미터로 돌고 있다.
석유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백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류가 석유를 발견하고 첫 1조 배렬을 소비할 때까지 걸린 기간은 수천 년, 그다음 1조 배럴을 탕진할 때까지는 고작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고민해야하는 지점은 현재 확인된 석유 매장량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넘어서 과도한 소비 활동, 오염, 자연 훼손, 기후 변화 등의 과정을 거쳐 생존의 위기에 처한 실존적 딜레마다.
2019년 뉴질랜드 정부는 더 이상 GDP를 이정표로 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탈성장'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짚는 부분은 대부분 GDP의 허상이다. 국민 대다수는 삶의 질과 행복에 중점을 두지만, 정책 입안자나 경제인들은 '성장'에 집착한다. GDP의 높은 수치는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가고 있음을 증거하지 않으며, 이러한 사실은 이미 과거에서부터 드러나고 있다. GDP 성장과 삶의 만족도가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여전히 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성장'을 놓을 수 없다면, 적어도 경쟁적인 속도만큼이라도 조절을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듯 '원함'과 '좋아함'은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좇는 것이 행복 혹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욕망의 실현에 맹목적으로 끌려간다. 모든 것이 무시되고 '돈=행복'이라는 명제 하에 행복을 좇아 행복 기계가 되어 달린다.
책에서 언급한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사례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20세기 초에 정신분석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을 이용해 소비 활동에서 프로파간다를 이용하다니, 거기다 용어가 갖는 부정적 해석을 경계해 교묘하게 PR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그가 만들어낸 치밀함은 현재 알고리즘의 시초라고해도 틀리지 않을 듯 하다.
자동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의 영역이 점점 좁혀져가고 있는 현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은행이나 기업의 콜센타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점의 서빙은 로봇으로의 대체가 확장되고 있으며 이제는 키오스크가 없는 매장이 더 어색할 지경이다. 여행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면 커피나 호두과자도 기계가 척척 만들어낸다. 아마도 코비드19 시국이 기계 시대를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이러한 세태에 생산성은 상승하고 인간비는 절감되니 고용주들은 환영할만 하겠다. 거기다 정치 및 경제계 인사들이 지키고자 하는 GDP 상승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테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다면 점차 인간의 활동 범위는 줄어들고 존재감마저 잊혀져 가는데, 우리는 무엇으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여전히 소비 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를 올리는 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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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산불, 녹조현상, 홍수와 가뭄, 홀로세 멸종 등은 이제 화젯거리도 되지 못한다. 우리가 상상했던 문명이 존속되는 미래가 실현될 가능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낮아지고 있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문명인으로서 지켜야할 품위는 백화점에 전시되어 있는 명품에 있지 않다. 저자는 해법을 삶의 지향성과 숭고함에서 찾는다.
인간은 자연 없이 살 수 없으니 지구의 약탈자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우리가 끊임없이 대대로 이어가야 할 것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이며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임을, 저자는 말하는 듯하다.
'에우다이모니아'는 평생 동안 일어난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인간이 결코 성취할 수 없는 무언가이며 붙잡히지 않는다. 좋은 삶은 매일, 매시간 엮어나가야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 및 동의한다. 그러니 우리, '에우다이모니아'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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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우리가 평생 이해할 수 없을 신호들과 기적 같은 특징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적을 존중하는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이 산소와 탄소를 흡수하고 약과 영양분을 제공하는 일종의 지원 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데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이들을 남용하고 파괴할 위험이 있다.
※ 출판사 지원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