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상 입문 - 데리다, 들뢰즈, 푸코에서 메이야수, 하먼, 라뤼엘까지 인생을 바꾸는 철학 Philos 시리즈 19
지바 마사야 지음, 김상운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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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입문서다. 저자는 현대 사상의 사조와 사상가별로 분류해 처음 입문하는 독자를 위해 난이도를 구분해 학자들의 저작을 소개하고, 가장 기본적이며 최소한의 것만 쉬운 문장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입문자들이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현대사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현대사상'이란 1960년대부터 1990년대를 중심으로 주로 프랑스에서 전개된 '포스트구조주의' 철학을 가리킨다. 그 대표자로 자크 데리다, 질 들뢰즈, 미셸 푸코를 꼽는다. 그 외의 철학자들도 사이사이 다루지만,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세 사람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데리다의 '개념의 탈구축', 들뢰즈의 '존재의 탈구축', 푸코의 '사회의 탈구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현대사상을 배운다면 복잡한 것은 단순화하지 않고 생각할 수 있으며, 단순화 할 수 없는 현실의 어려움을 전보다 '높은 해상도'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대는 갈수록 질서화, 청정화로 향하고 있고, 문제 해결에 있어서 예외성이나 복잡성은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으로 규제를 늘리는 단순한 해법만 찾고 있다. 이처럼 작금의 사회는 복종에 가까운 단순화되고 있음을 우려한다. 그래서 현대사상을 배울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현대사상은 질서를 강화하는 데에 경계심을 갖고 질서로부터 거리를 두는 '차이'에 주목하면서 불필요한 것을 창조적인 것으로 긍정했다. 그 시작은 일탈의 에너지를 창조적인 것으로 긍정했던 니체다.  


저자의 글을 정리해 보면 프랑스 현대사상을 크게 포착하는 데에는 '차이'가 가장 중요한 핵심어이다. 현대사상이란 차이의 철학이다. '차이'는 동일성과 대립한다. 차이의 철학이란 반드시 정의에 들어맞는 것은 아닌 어긋남이나 변화를 중시하는 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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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대사상적인 문장을 읽는 요령과 현대사상을 읽기 위한 네 가지 포인트를 알려준다. 일단 읽기 위한 장애물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세세한 부분은 건너 뛰고, 한 권을 끝까지 통독하지 않아도 된다. '빠짐'이 있는 읽기를 여러번 행하여 이해를 켜켜이 쌓으라고 조언한다.  


지식 나열이 아닌 강의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어서 현대사상을 어려워하는 독자가 읽기에 훨씬 부담이 적다. 개인적으로 데리다, 들뢰즈, 푸코, 라캉은 기본서라 하더라도 끝까지 한번에 읽어내지 못했던 철학자들이기도 하다. 이후 그들의 저작을 펼치고 접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어찌어찌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사실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지경이었다.  


저자는 어떤 철학서든 '보통으로 읽는다'라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철학책은 모두 암호화된 파일 같은 것으로, 어떻게 풀고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게 하느냐에 따라 연구자들이 다양한 읽기의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그 말이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탐구할수록 오히려 수수께끼가 깊어진다는 저자의 말. 저자가 짚는 새로운 무한성과는 별개로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제각각의 삶의 모양과 색깔을 갖고 있으니 삶의 결은 그야말로 인간의 지문과 같으므로 탐구할수록 수수께끼가 깊어지는 철학적 사유야말로 당연한 것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삶이 고단하다는 비관주의, 하지만 그것을 통과해야 삶이 다시 긍정된다고 보는 쇼펜하우어의 역설이 나는 나쁘지 않다(맹목적 의지는 별로지만). 같은 맥락으로 어렵사리 읽은 이 한 권이 또다른 철학서 읽기의 계기가 된다면 나의 독서 한 면은 긍정되는 것일테다.  


현대사상에 관심은 있으나 접근이 어렵다면 가벼운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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