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이미 시작된 미래
루안 웨이 지음, 정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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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곱 개의 장章을 통해 현재 식량위기에 처한 우리의 현실과 이에 대한 원인, 식량 안보의 실태 및 대안을 다루고 있는데, 특히 전쟁, 내란, 바이오 연료 등 우리가 식량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여겼던 부분들이 어떻게 기아 난민을 양산하고, 축산 및 과잉 생산이 어떻게 지구 온난화를 불러오는지, 최근 자료부터 되짚어가며 자세히 서술한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식량 문제의 새로운 원인은 육식의 확대다. 1980년대 이후 세계 농업은 인간이 주식으로 먹는 곡물을 증산하기보다 축산 사료용 옥수수와 콩의 증산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육류 수요가 급증하고, 사료 재배가 확대하면 언젠가 가축의 먹이가 인간의 주식인 쌀과 밀의 농지를 빼앗거나 사료 재배를 위해 더 많은 농지가 개척될 수 있다. 이것은 추가 살림 벌채와 온실가스 배출등으로 지구 환경을 한층 더 파괴하게 될 것이다. 


밀집 사육과 자동화 시스템을 통한 축산의 공업화, 비육 기간의 단축과 사료 비용의 절감을 위해 성장 촉진제와 항생물질 사용, 그리고 개발도상국들의 육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축산 진흥책을 펼쳐 사료 곡물의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이 사료 곡물 쟁탈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육류 사료의 효율을 살펴보면 과연 이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  

 

현재 지구 전체로 보면 식량 가격이 급둥한 주된 요인은 전쟁이나 글로벌 물류 혼란 때문이지 곡물 재고는 충분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식량위기는 인위적 요인을 제외하면 주로 지국 온난화에 기인하는 대규모 기후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 농업이 직면한 눈앞의 과제는 오히려 과잉 생산에 있고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다. 저자에 따르면 주목할 만한 것은 선진국이 생산하는 옥수수 등의 잉여 농산물이 에탄올 같은 바이오 연료가 되어 지구 온난화 대책의 핵심인 탄소중립으로 가는 큰 흐름 속에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 인류는가축도 모자라 수송 수단과 농산물을 둘러싸고 쟁탈전을 벌여야한다는 웃지 못할 현실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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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는 밀과 쌀 생산이 성행한 농업 국가였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는 식량 수입이 증가하면서 이집트에서 농업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급격한 인구 증가와 더불어 식량 수입의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선진국이나 농업 강국에서 곡물을 수입하면서 자국 농업의 잠재력이 억제되어 식량 자립을 할 수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처럼 농민들이 스스로 경작하기보다 지원받은 식량에 의존하게 되어 농업이 쇠퇴하는 나라들이 생겨났고, 선진국들은 각기 내놓은 원조자금으로 자국의 잉여 농산물을 사들여 아프리카의 식량 지원으로 돌리는 이기적인 식량 공급 시스템을 무역 밖에서 구축해갔다.


3대 화학 비료인 질소, 인산, 칼륨의 원료와 생산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롭게 깨달은 바는 비료의 부족과 가격 급등은 단기적인 곡물 수급의 차질 이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 이유는 화학 비료가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리스크 상품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비료 수입국인 브라질(85%를 수입에 의존)이 콩과 설탕, 옥수수로는 세계 2위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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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보면, 식량위기 시대를 앞두고 심각한 문제는 세계의 농업은 농지 등의 생산 여력이 있어도 정치적 대립, 군사적 긴장, 나아가 시장원리에 따라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농업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자원 제약과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는 점도 문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았듯이 현대의 전쟁은 공격 대상을 농업지대까지 넓혔고, 곡물 수출을 방해해서 식량을 무기로 삼는 행위에까지 손을 뻗었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농업 생산과 식량문제인데 세계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2022년 초에 이미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 내전과 전쟁, 전염병 여파로 사상 최대인 2억 760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4700만 명의 급성 기아 인구를 만들었고, 2050년에 세계 인구는 97억 명에 이를 전망이다. 인류는 현재보다 20억 명분의 식량을 더 확보해야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소비자가 일상적인 식생활, 건강한 영양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식량 안보의 기본이다. 현실적으로 식량 안보를 자국 내에서 모두 떠맡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급, 수입, 비상 사태 대응 시 비축이라는세 가지 조합과 균형에 의해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몇몇 나라의 사례를 들어가며 과정에 있어서의 오류를 짚으며 실질적인 대안과 방법을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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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지구 온난화(기후 변화)에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이것이 인류 전반에 걸쳐 있는 종합적인 문제임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식량을 중심으로 접근한 기아와 지구 온난화가 이토록 다양한 분야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온 후폭풍이 전쟁 난민 및 기아뿐 아니라 남미와 아프리카의 농업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따져볼 때 그야말로 우리는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엮인 세상에 살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식량위기'에 대한 읽을 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너무 오래됐거나, 학술자료라서 너무 어렵거나, 아예 청소년 대상(주로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으로 출판한 책들 혹은 기후 변화 중 일부분으로 다룬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은 '식량위기'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는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반영해서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 저자가 어렵게 쓰지 않아서 대중의 접근이 용이하리라 생각된다.   


설령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일독을 권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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