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인류의 흑역사 - 세상에서 가장 불가사의하고 매혹적인 폐허 40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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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혹은 어느 지역과 장소의 흥망성쇠 뒤에는 여러 원인과 배경이 따른다.   


이 책에는 한때 번성했으나 현재는 폐허가 된 40곳이 실려있다. 해당하는 장소가 쇠락한 배경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현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권력에 대한 욕망, 물질적 탐욕, 산업의 쇠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도태, 아픈 역사적 배경,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 등 방치된 채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진 곳들이다. 








폴란드 자르노비에츠 원자력 발전소, 스웨덴 그렌게스베리 광산 등은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와 유사한 점이 많아 그냥 읽히지 않았다. 특히 그리스 아테네의 헬리니콘 올림픽 단지의 사례를 읽으면서 최근에는 올림픽 개최가 기피대상이 되어간다는 기사가 기억났다. 경기장과 숙소 등 올림픽에 맞춘 인프라가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처치 곤란이 되는데다 예전만큼 개최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올림픽 특수를 노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일본의 경우에도 철수를 염두해 둔(본인들은 친환경 측면이라고 우겼지만) 부실한 설비로 뭇매를 맞았는데, 이러한 일이 일본에서 끝날지는 미지수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과거를 다루는 책들은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게  만든다.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통사가 아닌 이 책처럼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사례로 접근해 단편적으로 에피소드를 다루는 책들을 단순한 흥미 위주로만 접근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힘들이지 않고 상식 수준으로 읽어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짧은 이야기들이 마치 평행이론처럼 현재 세계 곳곳 어딘가에 끊임없이 대입이 된다.    


또한 한번도 흥해 본 적 없이 가슴 아픈 역사를 안고 있는 우간다 아켐펜섬이나 혐오시설을 목적으로 한 블랙웰섬, 섬 전체가 하나의 교도소였던 앨커트래즈섬처럼 애초에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외면했던 지역들에 대해서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싶다. 



쇠퇴한 명소들이 안타까운 것은 한때 찬란했던 과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철거에 들어갈 엄청난 비용과 처치 곤란한 산업 폐기물이 아닐까(너무 현실적인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비드19처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온라인 쇼핑 전환으로 인한 매장 철수, 산업 및 소비 패턴과 인구학적 변화 등 사회 전반의 변화는 갈수록 빨라져간다. 그때마다 짓고 쓰고 버리고를 반복한다면 버려지거나 쓸모없게 되는 땅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정착지의 조밀화와 인구 밀도는 숨이 막힐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고 할 수 없다. 당장의 유행에 따라 혹은 돈만 좇아 메뚜기떼러첨 몰려다닐 것이 아니라 만들고 버리는 것에 지금보다 훨씬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자원을 활용하는 것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누가 이걸 모르겠냐만.)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곳은 포르투갈의 도나시카성,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울라, 크로아티아 쿠파리, 세 군데다.  


한때 다크투어리즘이 유행이었던 기억이 있다. 
대표적인 장소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 장소라고 하는데,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찾아가보는 것도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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