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 김소월×천경자 시그림집
김소월 지음, 천경자 그림, 정재찬 해제 / 문예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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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소월, 화가 천경자의 시그림집이다. 
시 백오십 편과 그림 서른네 점이 실려있는데, 이들의 만남이 이 책은 처음이 아니다. 1958년 여원사에서 출간한 김소월의 <소월시선>의 표지 그림이 천경자 화가의 그림이었다.   





 



강렬한 색감으로 알려진 화가의 그림과 소리없이 처절하게 전해지는 시인의 시가 얼핏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정한이 뒤엉킨 설움이 화가의 그림을 통해 더 강하게 전해지더라는. 


개인적으로 김소월 시 중에서 독보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시어詩語다. 사람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어휘를 이토록 자유자재로 써내려가는 시인이 얼마나 될까. 끈적거리는 미사어구도 없고, 달콤한 사탕발림도 없다.  


그의 시를 소리내서 읽다보면 어휘들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돌아다닌다. 그 문구들이 고백이 되고, 회한이 되고,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되면서.  



정재찬 교수는 여는 글에서 김소월이 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고 사람들이 여전히 소월의 시를 사랑하는 이유를 오직 시 '진달래꽃' 하나만으로 설명한다. 글에는 교과서적인 내용도 있지만, 글에서 공감이 되는 키워드는 '감각', '정서', '자유시', 그리고 '반복과 변주의 어울임'이었다.  


김소월의 시를 두고 촌스럽다고 말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요즘처럼 감정을 나누고 관계에 공을 들이는 것을 '소모'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한 생애가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내기가 가능한 일인가. 살다보면 사랑, 슬픔, 원망, 고통, 체념, 절망, 외로움, 그림움 등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수만 가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이 마음을 너무나 절묘하게 그려낸 시가 바로 소월의 시요, 노래다.  


같은 시를 읽더라도 처한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감상이 달라지기도 하고, 시집마다 눈에 들어오는 시가 여느 때와 달리하기도 한다. 김소월의 시 중에서 '개여울' '봄비'를 무척 좋아하는데, 이번에 꽂힌 시는 '사노라면 사람은 죽는 것을'이다. 이 시와 '봄비'를 읽으면서 몇몇 이들이 생각나 울컥하고 말았다.  


시인은 자신이 고작 서른 몇 해를 살다 떠날 것을 몰랐을텐데, 시들은 왜 마치 그가 짧은 삶을 알았던 것인 양 느껴질까. 


그저 읽기만 해도 아련하고 먹먹해지는 이 시들에, 화가 천경자의 그림은 그 감흥을 더해준다. 화가의 원색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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