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망 - 미니멀리즘 탐구
카일 차이카 지음, 박성혜 옮김 / 필로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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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물질의 소유나 미학, 감각적 인식, 삶을 대하는 철학의 영역에서 드러나는 미니멀리즘 관념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 근원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소비와 지출, 정리 정돈의 최적화 등 단순한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미술 사조, 건축, 조경, 음악, 문학, 철학, 사상, 사회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달, 시대성,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역사 등 다각적으로 접근하면서 이와 같은 부분들이 우리의 삶과 미니멀리즘이 어떻게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분석한다. 








저자는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줄임' '비움' '침묵' '그늘'로 들며 네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서술한다. 1부에서 실질적으로 현재 유행 중인 미니멀리즘과 미니멀리스트에 대해 서술하고, 2부에서는 건축 및 인테리어와 미술 분야에서 실제 사례를 미니멀리즘 및 사회 현상과 접목해 자세하게 얘기하며 진정한 미니멀리즘 미학에 대해 고민한다. 3부에서는 과도한 자극에 공격 당하는 현재와 한편으로는 그것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히려 더 갈망하는 현대인의 모습, 그리고 에릭 사티를 비롯한 음악가들의 경험과 퍼포먼스를 들면서 경우에 따라 다르게 생성되는 침묵과 미니멀리즘의 다면성을 조명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불교의 참선, 일본문학과 철학, 그리고 일본의 간결함을 중심으로 미니멀리즘에 접근하고 이 부분에서 일본의 미니멀리즘이 갖는 배경에 미친 역사와 관습을 함께 짚어나간다. 또한 이들과 비슷한 선상에 있는 서구 문학과 사상을 끌어와 미니멀리즘의 뿌리와 모호성에 대해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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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이란 덜 소유하고 만족하는 삶, 자기가 이미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가는 삶을 지향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미니멀리즘은 대체로 물건을 내다 버리는 일부터 시작되고, 소유한 물건을 최소화하고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버리는 작업을 거친다. 미니멀리스트 블로거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단순함의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 일이다. 


그런데 미니멀리스트들은 '적을수록 좋다'고 하지만 정작 얼마나 적어야 좋은지는 불분명하다.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러 미니멀리스트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보다는 미니멀리즘을 하나의 브랜드이자 이미지로서 소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최근의 미니멀리즘 트렌드에는 썩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저 버리기만 하는 것으로 집안을 정리하는 방식은 너무 손쉬워 보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방식은 지나친 개인주의의 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음을 우려하면서 여차하면 삶의 방식이 안주와 포기의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고. 


미니멀리즘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자 고민하는 방식의 하나일 뿐이다. 다만 감당할 수 없는 물질적 공세에 대처하기에 적절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SNS를 통해 미니멀리스트들이 공유한 사진들을 보면 공백과 여백이 많은 것을 넘어서 공간의 색감 및 질감, 패턴, 디자인, 가구의 구성까지 공통된 부분이 많다. 이것이 사진이 아닌 매일 사용하는 실제 주거 공간임을 감안하면 어떨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으로 비우고 덜어내어 말끔하기만 한 집(공간)들은 몰개성적이고 억업적으로 느껴진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저자는 3부에서 콜하스의 말을 들어 도시의 평면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도시 생활의 많은 부분이 사이버 공간으로 넘어간 것처럼 실질적 공간도 이와 연장선에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미니멀리즘은 유기농 식품을 비롯한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등 의식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게 하는 또 다른 형태의 계급 의존적 방식임을 짚는다. 단순한 삶을 구현하는 데에 돈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 단순함의 미학에 감춰진 과잉을 짚으면서 피상적 미니멀리즘 스타일에 이의를 제기하고, 더하여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찾아내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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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은 계층과 세대를 막론하고 이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태도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미니멀리즘에 있어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간과했던 부분들을 짚어내고 있어서 무척 좋았다. 나 역시 한때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어서 몇 권의 책을 읽고 자료도 찾다가 회의감이 들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어 반가운 마음이 컸다. 


저자가 흥미롭게 관찰하는 미니멀리즘 실천가들은 정리정돈이나 여백을 찾아다니기보다는 현대사회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존적인 질문을 고민하며 다양한 분야와 채널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이상과 모순을 모두 제시하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미학은 해결책이 되기보다는 불안의 증상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놓는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미니멀리즘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실용서를 찾는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삶과 미니멀리즘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넒은 안목으로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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