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영원 옮김 / 새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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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검은 고양이>와 대표작 <어셔가의 붕괴>를 포함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열 작품이 실려 있는 소설집이다. 

포의 작품은 호러와 추리 소설이면서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 않는, 독자가 의심의 여지를 가질 필요 없이 기승전결이 분명하다. 뭔가 미심쩍거나 꺼림칙한 부분이 남지 않고 똑떨어진다고 해야할까. 






 
내가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들을 몇 년의 간격을 두고 판본을 달리하면서 읽을 때마다 새삼 놀라는 것은 그의 소설에서 자행된 범죄들이 지금도 변함없이 아주 유사하게 이어져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현재 사회의 문제점과 현상들ㅡ여성 학대,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모욕과 편견, 기득권층이 휘두르는 억압, 우울증, 가정폭력 등ㅡ을 입이 아프도록 제기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는 어느 자동차 회사의 광고에서의 달팽이가 차도를 건너는 속도보다 더디고 더디다. 

정신병원의 환자와 관리자의 위치가 바뀐 <타르 박사와 페더 교수의 치료법>은 터무니 없는 듯 보이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강력 범죄의 양상을 그대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여러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대중교통 운전자들을 거침없이 폭행하거나 게임 중독으로 갓난 아기가 굶어죽는 지경에 이르도록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부모들에 대한 기사는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이 사회를 돌이켜보면 과연 포의 소설이 허구의 옛이야기로만 읽힐까. 


알콜중독을 핑계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 제 신경을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가족력에 의한 지병을 드러내지 못해 자멸한 남매, 사회적 약자를 향한 폭력, 신뢰의 부재, 속임수가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 시기와 탐욕 등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공포다. 아마도 포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공포란 인간의 주체하지 못하는 광기와 분노,오만과 폭력성이라고 말하는 듯 싶다. 

공포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누구라도 정답을 말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가능하면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며 관찰하고 제안하고 증언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추론의 천재 '오거스트 뒤팽'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부정을 외면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이와 같은 이유로 포의 소설이 그저 공포 혹은 추리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일테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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