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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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어느 날의 나>를 읽고 '이런 글도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서정적인 혹은 각자 다른 결의 삶을 살아가는 일상적인 다큐멘터리를 내레이션 하는 듯한 이 책의 단편 소설들은 잔잔한 물결이 퍼지듯 담담하게 마음에 스며든다. 








실패한 자신과 화해할 용기.
가벼운 안부 문자만으로도 눈물이 날 것 같은 따뜻한 날.  


타인에 의해 규정된 삶의 색깔.
나의 의도와 선택이 아닌 나를 제외한 외부자들이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씌운 고정관념.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충분히 애도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있는가?
어느 집단, 주변 사람, 세태에 의하지 않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조건없는 무자비한 따뜻함.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의 안온함을 바람하며 기다리는 마음.
스스로 알든 모르든 사랑하는 이를 향한 마음의 발걸음. 


자신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그래서 행복과 죄책감이 동의어가 되어버린 삶. 


ㅡ 


실패와 낙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 기다림, 부서진 자아, 천진한 선의, 혼란스러웠던 한때의 청춘, 치유와 회복, 다시는 볼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 


이주란 작가의 소설들에는 빌런이 없다. 지독한 적의나 악의를 가졌다거나 악다구니에 받쳐 저주와 독설을 퍼붓는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선량한 사람들만 있는 건 더더구나 아니다. 때론 얄밉고 집요하고 이기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있고, 세상에 없을 착한 사람임에도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한 켠으로 제 나름 몫의 아픔과 선의와 악의를 가진다. 


작가는 그들의 히스토리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사연이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독자는 어느새 등장인물들에 깊이 이입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대체로 누군가의 가족이며 친구이며 동료이며 소득생산자들이고, 그들이 겪었을 실패와 상실과 사랑과 우정 등의 과정을 그 감정의 무게를 떠나 한 번쯤은 지나쳐온 경험이 있기 때문일 터다.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건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생각한다. 


실린 소설 여덟 편의 전후 사정 설명없이 서술하는 방식은 자칫하면 독자가 읽기에 소위 불친절하다고 느껴지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주란 작가의 글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이 함축적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격한 감정선이나 특정할만한 절정이 없어도 전혀 평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지나치게 사회적 문제를 의식하거나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글들이라서 더 좋았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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