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수확자 시리즈 3
닐 셔스터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듀라가 가라앉았다. 대수확자들은 사라졌고, 선더헤드는 침묵했으며, 모든 사람들은 불미자로 전락했다. 대수확자들이 없으니 수확령끼리 사실상 전쟁 중이다. 세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갔다. 인류는 어디를 향해 가게 될까. 


수확령의 설립자들이 수확자라는 개념 전체가 실패할 때에 대비하여 사회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고 전해 내려온다. 수확령은 2백 년이 넘도록 완벽하게 존재해왔기에 누구도 이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구전 설화 같았던 안전 장치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 그것이 제발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3권에 이르러 소설은 현대 사회의 구도에 더 가까워진다. 선과 악, 방관자 혹은 방임자, 그리고 저항자. 누군가는 학살에 가까운 수확 할당량 폐지를 반기고, 누군가는 반대하고 저항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숨죽여 지켜본다.  


스스로를 지배 수확자라고 칭하며 자신과 관계를 맺지 않는 지역의 모든 외교와 자원, 물류 수송 및 교류를 단절 고립시키는 고더드. 종교, 인종, 민족, 신체적 특징 등 특정 유형의 집단을 묶어 인류를 최선의 방향으로 이끈다는 명분으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그의 모습은 지난 우리의 역사 안에서, 그리고 현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수확령의 원칙과 규칙 따위는 무시하고, 수확령의 계명을 바꿀 수 없다면 계명에 쓰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바꾸면 그만이라는 고더드의 사고방식은 현대 정치 사회에서 아주 익숙하게 보아온 모습이다.  



독재 권력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더드는 '공포'가 대중을 장악하는데 가장 큰 무기라고 믿는 부류다. 대중의 공포심을 이용해 스로를 범접할 수 없는 존재로 격상시킨다고 믿지만, 실상은 자기 안의 아집에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권력을 향한 욕망이 어디 수확자뿐이랴. 청장의 죽음이 확실해지자 그 한정된 공간에서조차 일인자가 되고 싶은 시코라. 치찰음파 사제, 멘도사 역시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죽음을 지향하고, 언어를 거부하며 묵언을 통한 신에 대한 복종을 주장하지만 음파교의 집단 행위를 수단 삼아 고위 사제가 될 욕망의 광기에 사로잡혀 날뛰는 종교인들도 자신들의 특권을 지속시키기 위해 학살과 만행을 자행한 이들처럼 권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고더드가 로언을 공개 처형하기 위해 스타디움까지 호송하는 장면은 고대 시대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이 시리즈는 곳곳에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인류는 어느 부분에서 끊임없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으며 동시에 발전이라고 여기는 것들이 과연 발전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워야할 것이 무언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ㅡ 


인간의 수명이 영생에 가까워지고, 육체적 고통을 저감할 수 있고, 경제적 고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랑과 고독과 욕망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존재다.  


효율과 연민, 이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쪽에 추의 무게를 더할까. 이분법적 성性에 대한 사회 편견에 의한 장벽,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이롭다고 여기는 '합리'의 기준. 언제나 양면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자질이야말로 균형감이 아닐런지.  


선더헤드는 침묵을 선택하고 세상 사람들을 불미자로 만들어 소통을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모습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만약 수확자 시험에서 탈락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패러데이와 함께 벙커 문을 열었을 거라고 말하는 무니라에게 패러데이는 그녀의 역할은 수확자가 아니라 수확령을 구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개개인이 갖는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다.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그런 역할 말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콕 짚어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수많은 역할들에 대해.


이 길고 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던 부분은, 수확령 설립 당시의 수확자들은 이 죽음의 결정권자로서의 재임 기간이 짧기를, 구시대적 유물로 남기를, 바랐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열망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수단인지, 목적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