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5 - 영락태왕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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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은 열다섯 살 담덕이 태자로 책봉된 후부터 고국양왕의 죽음, 담덕의 즉위, 관미성 전투를 거쳐 영락 2년까지를 다룬다. 
 






담덕은 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각 부의 조의선인들을 하나로 모아 합동 훈련을 구상하고, 계루부.절노부.순노부.관노부.연나부를 설득해 동의를 얻어 5부를 모두 끌어들여 동.서.남.북.중앙 5부로 재편했다. 담덕은 검은 제복을 입은 흑부군, 산동에서 고구려 유민들로 조직한 태극군, 태백산 개마고원의 사냥꾼들로 꾸려진 말갈꾼까지 조직적으로 군사조련을 시켰다. 그리고 왕의 직속 군대로 왕당군을 편성한다. 


후연의 모용농이 현도와 요동 두 성을 공격해 차지했는데, 요동성은 중원으로 향하는 인후부인 만큼, 후연에게 요동성을 빼앗긴 것은 타격이 컸다. 


한편 백제는 진사왕 치하에서 청목령(개성 부근)을 중심으로 북쪽의 팔곤성, 서쪽의 바다에 이르는 지역에까지 관방을 설치했다. 그러나 재위 6년째로 접어들면서 조카이사 선왕의 아들인 아신을 중심으로 하는 역모설이 돌기 시작했고, 요서 지역에서는 모용수가 후연을 세워 점차 세력을 확장해 가면서 요서와 진평 두 군에 대한 백제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덩달아 흉작으로 민심까지 흉흉해지자 달솔 진가모는 역모의 기미를 잠재우고 국론을 하나로 뭉치자는 취지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고구려왕 이련이 병상에 있음을 들며 고구려와의 전쟁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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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은 백제가 요서에서의 경영이 가능했던 이유를 해상 장악에 있다고 판단했다. 벽란도와 강화도를 교역항으로 두고 인삼 경작지를 부소갑에서 강화도로 이주시킬 수 있었던 것도 역시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았다. 인삼 교역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백제의 관문이자 군사요충지인 관미성을 공략해야 한다는 사실도 진작에 파악해 놓았다. 담덕은 관미성을 함락해 인삼 교역권을 가져온 후 서북방의 거란을 평정하고, 소금과 철을 통해 서역과의 교역을 활성화해 국방의 안정과 경제력을 키우며 동시에 불교를 유입해 민심을 다스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위에 오른 담덕은 백제 북변의 적현성을 기습해 함락하고, 즉위 직후 연호 '영락'을 사용하고, 관미성 공략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또한 불국정토를 내세워 선왕 때부터 시작한 평양성에 아홉 개의 사찰을 짓는 것을 서두른다. 



5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관미성 전투다.
전쟁사에 대한 지식이 얄팍하지만 그럼에도 이런저런 책을 읽다보면 드는 생각은, 고대부터 근대 이전의 전쟁은 자연 지형과 바닷길, 물 때, 풍향, 기후 등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고 상당히 면밀하게 조직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또한 전투가 목적하는 바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임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그러니 지휘관의 역량이 중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을테다. 그런 면에서 소설 속 담덕은 더할나위 없는 장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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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군의 갑옷과 철기, 미늘 갑옷, 철기 마구 그리고 각 부대의  묘사가 사료에 나온 내용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이 부분도 짧지만 각 부족의 성격과 특색을 상상해 볼 수 있어 재미있는 부분이다.


담덕과의 대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아신왕. 6권에서는 백제와 북방의 갈등이 더 구체적으로 다뤄질 듯 하다. 왕제 무와 고국양왕의 죽음으로 다시 한 세대가 저물어갔다. 원숙해진 추수의 귀환, 한때는 역적이었으나 담덕의 사람으로 돌아온 우신과 조환. <담덕>은 절반에 도달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그의 시대가 서술될 후반부를 기대한다. 



읽다가 문득, 담덕이 고작 열아홉 살이라는 사실이 스치고 지나간다. 열아홉 살에 이 엄청난 설계를 하고, 국가를 책임지고, 전장의 한가운데서 서 있는다고? 마흔 남짓의 나이에 사망한 담덕의 나이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당시 평균 수명을 생각해보면 그 어린 나이에 이미 인생의 절반을 산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평균 수명 백세를 얘기하는 지금 시대로 치자면 1년을 10년같이 살았겠구나... 싶다. 


무명검법의 마지막 단계는 공심지검, 마음을 비우고 칼을 그친다는 의미. 이는 마음을 비워 나와 상대 모두가 칼을 그치도록 하는 방책으로서 전쟁이 아닌 평화, 원한이 아닌 화해, 대결이 아닌 친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무명선사가 말했다).  


써서 보내주고 싶네, 그들한테.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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