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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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리 삼총사라고 불리는 희영, 필희, 은정을 중심으로 그들의 가족과 주변인물까지 이야기가 확장되는 연작 형식의 장편소설이다.  
 






동거 - 파혼 - 은둔 - 돌봄 노동으로 이어진 오십 평생 끝에 가까운 사람 하나 없이 홀로 남은 외로움, 처음 해 본 사랑에 미쳐 두 딸을 두고 집을 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커다란 상실로 인해 기쁨도 절망도 없이 분노만 짓누르며 살아온 자의 심술궂은 복수심, 유년시절의 불안을 성인이 되어서도 안고 살며 과거를 잣대로 현재를 재단하고 앞서 불행을 예감하며 벗어나지 못하는 트라우마, 행복한 가정에 대한 염원 등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학교 폭력이든, 노사 협상이든, 공권력이 작용하는 현장이든, 늘 약자들에게서 원인을 찾는 이상한 나라에서 사회의 약속을 일일이 의심하지 않고, 사법부와 경찰을 믿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려나.  


마흔이 훌쩍 넘어서까지 부정과 비극이 세상의 이치라고 믿으며 예측 가능한 영역에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친,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여기고 십대부터 스스로를 단단하게 벼리며 살아온 이의 황폐함. 울다가 죽을 매미가 마치 자신같아서 제발 매미의 울음 소리 좀 들어달라고 울부짖는 중년의 여성은 여전히 어린 아이의 작은 어깨처럼 애처롭다. 마음에 난 구멍은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 때로는 누군가의 오지랖이 다정할 때가 있지 않나.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몇몇의 오지랖은 긴 사연을 동반하지 않아도 무척 감동스럽다.


은수리에서 시작한 소설은 은수리에서 끝난다. 희영이 찾아간 은수리에 은정이 돌아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두 사람을 통해 내가 더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사족
생뚱맞지만 나는 가끔 도시든 시골이든 고향이 있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부모가 살던 집에서 대를 이어 살아가는 친구들이 부럽더라. 그런 집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여전히 살아있으니까.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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