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에디터스 컬렉션 15
메리 셸리 / 문예출판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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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9.
"인간들은 모두 내게 죄를 저지르는데 왜 나만 죄인 취급을 당해야 하는 거요?" 



인간에 의해 창조되고 그 창조자에의 해 버림받은 한 괴물의 이야기다. 작가는 이 괴물의 눈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모순, 그리고 오류와 부조리에 대해 지적한다.   
 







괴물이 지켜본 오두막 노인의 일가를 통해 선택된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평생을 소모해야하는 사회적 부조리, 그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노인과 괴물의 대화는 인간의 가식과 허위를 비판한다. 또한 프랑켄슈타인이 갖는 양심의 가책에 따른 죄책감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은 괴물이 그토록 자신의 처지와 감정을 호소하는데, 빅터는 왜 그렇게 공감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결핍과 실패를 경험한 적이 없는 빅터를 보면서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 외에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지식과 식견과 소명 의식 없는 지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다시금 생가해보는 시간이었다. 비단 빅터뿐 아니라 이러한 모습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여진다. 허위뿐인 그들이 외치는 정의와 공익은 얼마나 공허한가.   


빅터는 자신의 창조물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시점에서도 여전히 분노만 한다. 애초에 창조주가 되겠다는 자신의 그릇된 야망을 후회할 뿐, 세상에 무방비로 던져진 괴물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는다. 빅터는 마지막 순간까지 괴물에 대한 죄의식은 커녕 증오와 저주를 품고 죽어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빅터의 죽음을 비통해하고 그동안 저지른 죄악을 후회하며 양심의 가책으로 스스로를 증오하며 고통을 느끼고 심지어 상대를 불쌍하게 여기는 이는 괴물이라는 것이다. 


괴물이 원한 건 오직 행복과 애정이 다였는데,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아니던가. 단순히 외모에 대한 편견으로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 된 괴물을 보면서 집단은 얼마나 많은 개인을 얼음 동굴로 몰아넣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빅터가 만든 괴물도, 빅터 본인도 점점 더 '진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자니 탐욕과 악의로 타인의 불행을 욕망하는 세상에서 괴물이 아닌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수월할지도 모를 일이다.  


개인의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조차 삶이 비록 고뇌 덩어리라고 해도 자신의 삶을 지키겠다고, 고결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왜 정작 인간은 추구해야할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지.  


ㅡ 


 <프랑켄슈타인>에서 나타나는 논제들은 실제로 우리 사회의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다. 동물을 실험용 연구체로 이용하고, 생명 연장과 반영생을 좇는 현대 사회의 현상은 프랑켄슈타인의 집착과 광기와 아주 흡사하다. 


현재, 세상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인간의 존재 가치에 찍는 물음표의 숫자도 더불어 늘어나고 있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범죄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가 창조한 피조물은 현대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다. 다가올 세상은 어느 영화에서처럼 범람할 기계가 인간의 이기심을 겨냥해 복수에 미쳐 날 뛰게 될지, 아니면 조화롭게 살아갈지의 여부는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이 판본의 흑백 삽화는 소설의 분위기와 독자의 감정을 더 극대화시켜준다. <프랑켄슈타인>은 영상과 공연물로 이미 대중화되어 있어서 아주 익숙한 작품이다. 그러나 문헌으로 읽는 <프랑켄슈타인>은 아주 다른 사유를 전달할 것이다. 줄거리에서 전해지는 메세지 이외에도 더 많은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으니 꼭 책으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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