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이후의 어른 -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우리들의 대화
모야 사너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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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하는 일을 피해 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권 중 하나는 늙어갈 권리라는 축복이다. 육체의 쇠퇴라는 영예가 기다리고 있고, 당신은 그 현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한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어 십대 청소년기를 시작으로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등 각각의 생애시기에 위치한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경험과 생각들을 저자가 공유하며 쓴 책이다. 








 
이 책은 '어른 됨'에 대한 오랜 연구의 결과물이 아니고, 글쓴이도 30대 중반으로서 '어른 되기'에 혼란스러워하는 중년 여성이다. 저자는 이 책이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에 관한 내용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이 아니며, 독자가 그녀의 탐구에 동참자가 되기를 제안한다. 탐구는 귀 기울여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독자 역시 저자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읽고), 그들의 경험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질문을 발견한다. 그래서 저자에게도, 그가 만난 인터뷰이들에게도 훨씬 더 가깝게 공감하며 이입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처한 상황에 따라, 감정의 무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어서 겪는 상실감, 외로움, 두려움은 성장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인생 자체가 완전하기 어렵지 않은가. 어느 시대, 어느 연령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인생이란 일정 부분 늘 불안정하기 마련이다.  


타인과 자신의 처지를 비교하는 일은 경쟁 사회에서 비일비재한데, 소셜미디어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인별에는 불행한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인생을 자신의 속도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타인의 삶의 방식과 속도를 나 자신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감한다. 


특히 중년기를 다룬 챕터에서 앨릭스가 '자신을 잃어버린 것들로 정의하지 않고, 가진 것들로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바꿔보면 내가 가지지 않은 것이 아닌 내가 가진 것들로 나를 정의할 수 있을 때 어른이 어른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흔 살인 포그가 정말이지 자신은 어른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는 말에 나는 새삼 어른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본다. 저자는 포그에게 죽어가는 일에 대해 어떻게 느끼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준비'를 답으로 대신하는 포그는 이 과정이 나름대로 위안이 되는 일이라고 하면서 더 이상 두렵지 않다고 말한다. 나도 포그의 나이가 되면 그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까? 가장 와닿았던 말은 '더 이상은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ㅡ 


나는 때로는 내가 어른스럽다고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부지기수다. 우리가 이상화한 완벽한 인간이 없는 것처럼 완벽한 어른도 없다. 이 책의 뒷표지에 '목적지가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계속해서 어른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라고 쓰여있듯, 스스로 어른 됨에 대한 노력과 성찰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하루하루 더 나은 인간으로, 어른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한 생애가 아닐까싶고. 


그래서 내면의 성장 능력으로 어른에 대해 정의하고, 어른은 완성형이 아닌 과정이라는 인터뷰이의 말이 인상적이었고, 무척 공감되더라는. 어른이 되는 일은 어느 시기에 달성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삶의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다고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중년의 한가운데 있는 나는 사실상 성장에 관련한 책을 피치못할, 혹은 필요에 의한 일이 아니라면 거의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줄 한 줄 꼭꼭 씹어 읽었다. 여기에 등장한 인터뷰이의 경험이 대부분 나와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느꼈던 혼란과 고민들 중 일부분에서 나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지느 새로운 인생 따위는 없다. 우리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스스로 깨닫든 말든 바로 지금 자신의 삶 한복판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서로에게 소년, 소녀같다는 말이 덕담이 되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세상이라면 더 이상 어른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꽤 오래 전부터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좋은 어른으로 살고, 좋은 어른으로 죽고 싶다는 소망. 완벽한 '어른'이란 없다. 그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뿐.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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