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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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아와 삶에 대한 깨달음과 가능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등을 문학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우리에게 왜 문학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그 답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문학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
저자는 문학은 잃어버린 시간을 끝내 보듬고 부둥켜안고자 하는 그 모든 상처 입은 자들의 마지막 보루요, 영원히 잃어버린 존재들을 비춰보는 거울이라고 얘기한다. 문학작품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모든 이야기 속 인물들이 허구임을 알면서도 '지금 살아있는 우리의 이야기'로 승화시켜 살아낼 줄 안다는 것이라고. 


고통, 사랑, 부끄러움, 절망, 슬픔, 자비, 용서, 외로움, 배려, 치유, 희망을 무한 반복하며 사는 게 삶의 과정이다. 그렇기에 허구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영원하고 아름다운 사랑, 또는 삶의 이야기들을 다룬 책들을 뻔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퉁을 놓으면서도 줄기차게 읽는 까닭일 것이다.  


문학을 읽음으로해서 우리는 이해, 공감, 소통의 힘을 배울 수 있다. 그럼으로써 혹여 보상 없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사람을 사랑하는 끈을 놓지 않고 싶어진다. 저자는 첫 마음을 잊어버릴 때마다 문학이 그를 일깨운다고 말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문학을 읽는 궁극적인 이유가 아닐까. 


문학, 특히 소설만큼 우리를 역지사지에 위치할 수 있게 하는 매체가 있으려나. 가족, 연인, 친구 등 어느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스스로를 객관화하지 못하고 내로남불에 빠져있는 우리를 거부감없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이제는 고루하게 느껴지는 정서에 다른 시각으로서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 그리고 소외된 채 장벽 밖에서 부유하는 이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 역시 문학의 힘이다. 


ㅡ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왜 문학을 읽는가?', 그리고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가?'였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지닌 만큼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 무게가 참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운명처럼 불공평하게 지워진 자신의 삶의 무게를 원망하며 살아가기보다는 그 고됨을 상쇄할 수 있는 기쁨을 기대하며 오늘을 지낸다. 


우리는 소위 '이야기의 힘'에 대해 누누이 들어왔다. 거창하고 예쁘게 제본 된 한 권의 책이 아니더라도 어린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옛이야기, 학창 시절 친구들과의 수다, 어른이 되어 따라오는 삶의 고단함에 대한 넋두리 등등. 누군가에게 늘어놓는 나의 이야기와 누군가로부터 경청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서로에게 위로와 쉼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모든 이들의 삶이 각각의 소설이자 문학일 터다.  


따라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문학을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우리네 삶 속으로 끌어오는 것일테다. 


ㅡ 


정여울 작가가 문학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그의 글에서 생생하게 전해진다. 저자의 말처럼 고통스런 삶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혹은 서로에게 건네야 하는 건 다정한 유머라는 생각이 드네... .


그런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언급된 책 이야기보다 저자가 고 황광수 선생이 작고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둘만의 독서 모임을 진행했다는 대목이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서로 좋아하는 대목이나 자신의 느낌을 적은 발제문을 낭독했다는데 그 다정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져 참 좋았더랬다. 나도 이렇게 둘만의 독서 모임을 할 친구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사족.
책에서 문학평론가 고 황광수 선생과 시인 김정환 선생의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가 짤막하게 나오는데, 한순간에 눈물을 쏟고 말았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투병 중인 친구에게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원서를 선물한 김정환 시인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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