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책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앤솔러지
기 드 모파상 외 지음, 최정수 외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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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 단어를 명쾌하게 정의내려 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이 오묘한 감정은 인간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단어가 되어 그 무게가 가벼워진 면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은 우리를 울고 웃게 한다.  


이 책은 윌리엄 트레버, 피츠제럴드, 윌리엄 포크너, 레이 브래드버리, 그레이엄 그린, 대프니 듀 모리에 등 우리나라 독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작가부터 데이먼 러니언, 유도라 웰티 등 조금은 낯선 작가의 작품까지 골고루 실려 있으며, 남녀 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가족애와 우정도 만날 수 있다. 또한 엽기적일 수도, 혹은 일방적이고 이기적일 수도 있는, 그리고 애잔한 짝사랑과 아득한 첫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단면들이 등장한다.







 
호탕하고 유쾌한 로맨스 끝에 찾아온 결혼, 그런데 오매불망 바라던 결혼이 잘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관찰자의 반전, 연애에 있어서 정작 악당은 총잡이 밀수꾼이 아니라 낭만적이고 지성인이라 믿었던 신문쟁이라는 아이러니, 좋아하는 남자는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갔는데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할 생각은 없건만 벗어날 수 없는 비혼 여성이 갖는 현실의 무게는 깊은 외로움과 딜레마를 안겨준다.   



사랑과 질투, 허세와 자존심, 결혼과 조건. 참으로 익숙한 조합인데, 이것 또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앗아간 대상은 단순한 적이 아니라 전쟁 자체다. 질투는 죽음을 불사하고, 죽음을 선택할마큼 사랑했음에도 자존심은 버릴 수 없다. 죽음으로도 끊어내지 못하는 애정은 사랑일까, 구속일까.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 함께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자는 남자와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다는 여자.  


모든 면에서 이상형이지만 이름(철자)이 너무 싫어 구애를 거절한 여자. 잠깐 사족을 달자면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마음에 들어 몇 번 만났으나 우연찮게 뒤에서 본 걸음걸이가 거슬려 헤어졌다는 친구가 있었다. 현실적으로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듯 하고.


캐서린 앤 포터의 <그 애>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데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휘플 부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지적 장애가 있는 둘째 아이를 무척 아끼는데, 휘플 부인이 사랑한 건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하는, 남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다.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의 해리엇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지만, 결국 두 여성이 자녀을 대상으로 하는 사랑의 중심에는 아이가 아닌 자신이라는 점에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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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여러 모습으로 다채롭다지만 사랑을 능가하는 질투와 집착에 대해 사랑을 명분삼아서야 되겠는가.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 비밀이 없다는 것과 솔직을 가장해 블필요할 정도로 과거를 습관적으로 늘어놓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런 면에서 오 헨리의 <목장의 보피프 부인>에서 오랜 시간 동안 지켜왔던 사랑을 이룬 테디의 배려는 사랑만큼이나 아름답더라는.  


사랑을 빙자한 남성의 폭력, 전쟁, 여성 비하 등 소설마다 당시 비혼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차별과 사랑을, 당시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고 하면 열정적이고 뭔가 절절해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단순하고 소박함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를 막론하고 연인 혹은 배우자에게 바라는 사랑은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노력과 소소한 일상에서의 교감이다.   



시간이 흐르듯 감정도 흐른다. 사랑도 마냥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 사랑합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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