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7
살만 루시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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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릴과 살라딘, 마훈드와 아부 심벨, 이맘과 아예샤 등 각각의 이야기는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되면서 동시에 현재와 과거, 현실과 환상을 교차해가며 서술하고 있다. 


지브릴 파리슈타는 인도의 각종 신들을 연기하는 입냄새가 심한 무신론자 스타 배우이고, 살라딘 참차는 인도인이라는 자신의 근본을 멸시하고 거부하며 완벽한 영국인이 되기 위해 비굴할 정도로 노력하는 목소리 배우다.  










루슈디 소설의 시작은 남다르다. 두 남자의 추락 장면을 도대체 몇 페이지나 할애를 하는지. 그런데 도입부의 추락하는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처음 읽을 때는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뒤로갈수록 왜 이 장면을 이토록 길게 서술했는지 알 것 같다. 무엇보다 이 장면에서 두 인물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데, 무신론자이면서 신을 연기하는 배우 지브릴의 노래와 영국인이 되고자하는 살라딘의 노래의 내용은 아주 다르다. 작가는 첫장면부터 은연 중에 이 두 사람의 운명을 암시하며 시작한다. 


거기다 살라딘의 직업이 목소리 배우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대중의 욕구에 맞춰 목소리 연기를 하지만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그는 영국 내에서 인도인의 위치를 말하고 있음이 아닐까 싶다. 무신론자이자 다신교의 신들을 연기하는 지브릴이 대천사가 된다는 설정도 아이러니하고.  


사람들은 지브릴의 광채 때문에 그를 천사로 여기고, 살라딘의 외모는 그를 악마로 여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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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지브릴과 살라딘 각각의 개인 서사와 더불어 무함마드를 연상시키는 마훈드, 그리고 아야톨라 호메이니를 모델로 삼은 이맘, 그리고 이맘에 대립하는 아예샤의 이야기를 서술한다. 


2권을 읽지 않은 상태라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머릿속에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소설에는 온통 악마 투성이다. 힌드는 영국조차 악마의 섬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창게즈는 영국을 숭배하는 아들의 머릿속에 악마가 들어앉다는 등 어디에서도 천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지브릴도 지독한 구취가 사라지고 외모만 그럴듯해졌을 뿐 구원은 커녕 사고만 치고 있어 그 역시 천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경이다. 사티로스의 모습으로 탈바꿈 되어 악마라고 불리는 살라딘도 그저 무력한 어린애 모습을 하고 있다.   


빈곤자, 고아, 여성, 이민자를 학대하며 수단으로 활용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자들. 왜곡된 해석을 명분삼아 신의 이름으로 선택받은 자와 선택받지 못한 자를 구분하고, 차별과 폭력으로 지배하는 사람 혹은 집단을 '악惡'으로 지칭한 것은 아닐까. 여기에는 종교나 민족, 국가의 경계를 두지 않는 듯한데, 이러한 부당함에 분노하지 않는 자야말로 '악惡'에 해당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재미있는 점은 살라딘 본인이 무기력하고 살라딘에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커질수록 그의 몽뚱이는 점점 커져가는 반면 증오와 분노를 모두 토해낸 살라딘은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맘은 망명지에서도 혁명군이라 일컫는 반정부 세력을 주도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이한 사항은 이맘의 고국을 통치하며 종교적.정치적 지도자인 그를 추방한 사람은 여왕 아예샤, 여성이다(그녀의 서사는 일단 보류). 이맘은 아예샤를 폭군이자 부도덕한 자로 단정하는데, 강력하게 식민주의를 비판하고 반미를 지향했던 민족주의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모습이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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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슬람교를 모독한 소설이 됐을까? 


이스마일(지브릴)은 어머니가 죽기 전부터 이미 초차연적 세계의 존재를 믿어왔다. 그는 밤에 비몽사몽간에 자기도 모르게 공상을 하게 되었고, 자신을 가난하고 비루한 시절에 부유한 미망인을 만나 사업에 크게 성공을 거두고 결혼까지 한 무함마드와 비교한다. 


이슬람교의 경전인 코란은 예언자 무함마드에게 들려온 알라의 계시를 집대성한 것으로서 그가 신의 계시를 받은 시점에서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무함마드가 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기록한 것이다. 천사의 음성을 들은 무함마드는 한동안 자신이 귀신 들린 것인지 불안해 하다가 드디어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알게 되는데, 이 소설에서 작가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활동 초기에 겪었던 '악마의 시' 사건'으로 표현했다. 거기다 마훈드의 귀에 대고 속삭인 '악마의 시'는 마훈드의 갈망 때문에 천사 지브릴이 마지못해 억지로 속삭인 것이라고 썼다.  


살라딘은 비행기 납치범 중 남자 세 명을 부질없는 허상을 좇는 자아도취에 빠진 허세 가득한 사람이라고 속으로 비난한다. 그들에게는 영예스러운 성전 아니던가. 


마호메트를 모해머드(Mohammed)라며 말장난을 한 것, 누가봐도 마훈드의 서사는 무함마드를 상징하는 인물인데, 그를 악마의 동의어인 '마훈드'라고 이름 붙였다는 점, 그리고 이브라힘과 하가르의 이야기를 통해 은연 중에 이슬람교를 여성을 학대하는 종교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내가 무슬림이라면 소소하게 거슬리는 부분이 여럿 있다. 물론 소설 전체를 보면 이는 소설의 장치일 뿐이고, 영국에 대해서도 그다지 호의적으로 쓰여지지 않았다. 다만 외부자의 입장에서 보면 소설에서 서술한 내용이 사실이든 아니든, 역설적이든 아니든, 그들의 폭력적 방식의 대응을 별개로, 이 정도면 무슬림 입장에서는 거슬리는 것을 넘어서 펄펄 뛸만하지 않을까싶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예수를 대입한다면 기독교에서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이렇게 보면 작가가 이슬람교를 모욕한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은 2부에 있다. 아부 심벨은 장로들을 설득해 자힐리아가 좀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도박장, 매움굴 등 향락 업소를 들였다. 관리들은 나그네들에게 뇌물을 요구했고, 때로는 몸값을 노려 순례자를 납치했다. 일부 부족의 젊은 패거리들은 시내를 돌며 폭력을 행사한다. 이런 세상에서 마훈드는 다른 가르침을 전한다 


이 부분에서 앞서 언급했듯 악마를 지칭하는 '마훈드'는 집단의 이기에 거슬리는 존재이자 다신 문화에서 오로지 유일신만을 믿는 자다. 작가가 이를 역설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 즉 '마훈드'는 진짜 악마가 아니며 아부 심벨같은 자들이 그와 그가 믿는 신을 악마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 마훈드는 결국 세 여신의 숭배를 인정해 아부 심벨의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지만, 실질적으로 세 여신을 인정함으로써 마훈드가 무릎을 꿇은 셈인데, 이 장면 역시 예언자가 박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코란, 즉 '악마의 시'를 부인했다는 점에서 무슬림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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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무튼, 2권으로 가보자. 
다 읽어야 생각이 정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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