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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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은 377년 고구려와 백제의 평양성 전투를 시작으로 하대관과 해평의 반란까지(384년)를 다룬다.  








 
부소갑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고구려와 백제를 보면서 먼저 떠오른 건, 부소갑에서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백성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부소갑이 노른자위같은 땅이라는 사실은 부소갑의 농민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들일텐데 기실, 누가 왕이 된다한들 그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전쟁은 이기든 지든 큰 피해를 남긴다. 2차 평양성 전투가 대왕 구부에게는 한풀이 복수극을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지만, 남편과 젊은 자식을 전쟁터로 보내고 흉년에 군량미까지 바쳐야했던 백성들의 핍박한 삶의 고통에 대해서는 어떤 보상과 위로가 가능할까. 승전을 했으나 전쟁보다 더 지독한 가난과 기아가 기다리고 있는 백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도적질 뿐인데.    


을두미는, 신화는 인간의 마음을 그린 지형도와 같은 것이고,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이야기하거나 그림으로 형상화해 놓은 것에 다름 아니라고  했다. 또한 신화란 민족의 정신을 담는 그릇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민족 정신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자'는 것일텐데, 우리는 현재,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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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년 동진과 전진의 비수전투. 이 전투의 결과로 선비족 출신 모용수가 후연을 세워 비상한다. 모용선비가 후연을 세우고 스스로 황제로 칭하며 세력을 키운다는 것은 곧 고구려 서북 국경을 노린다는 것을, 그리고 고구려가 요동지역을 두고 후연과 전쟁을 벌여야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의미했다.  


고구려는 평야성 전투에서 승리한 후 5년 동안 흉년을 겪었고, 그로 인해 백성들은 오래도록 곤궁한 생활에 시달려 왔다. 백제 역시 지진이 발생한 데다 대기근이 겹쳐 고구려를 공격할 엄두도 못 내고 있고, 신라는 오래전부터 고구려에 복종하여 대외 관계까지 의지하는 편이었다. 고구려가 신라의 외교까지 연결해 주면서 전진과의 우호 관계가 더욱 돈독해져, 고구려는 서북방 변경에 대해서도 안심하고 있었다. 대기근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을 무렵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순탄하기만한 세월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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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사이사이 들었던 짧은 생각들은, 


머리를 쓰는 데에 있어 사람마다 활성화되는 부분이 다르다는 것. 화적떼들이 '비려'라고 불리는 지우두의 소금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우신은 만약 염수에서 소금 캐는 권리를 갖게 되고, 그것을 고구려까지 운반하여 팔게 된다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부르는 게 값인 소금 채취권과 교역권을 거머쥔다면 고구려는 더욱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 우신은 미래 대비책까지 세워놓는다. 집 나간 딸을 찾겠다고 슬픔을 억누르며 방방곡곡을 헤매는 아비가 그 짧은 순간에 이런 계획까지 세웠다는 게 이런저런 이유로 재밌기도 했다.  


추수가 뗏배의 노를 저으면서 아리랑을 흥얼거리는 부분을 읽다가 문득 아리랑의 기원은 언제부터일까가 궁금해졌다. 막연히 오래된 우리 터전의 구전민요라는 것과 학교에서 배운 지역적 특성에 대한 상식 정도는 알고 있지만 막상 언제부터 시작됐을까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삼국시대를 다룬 역사서를 읽으면서 가끔 상상하는 것은 '근초고왕과 광개토왕이 동시대에 살았다면?' 이다. 둘 다 영토확장형 군주라 어지간히 싸웠을 것 같은데... . 여기다 진흥왕까지 보태지면...! 어쩌면 이들이 세대를 달리해서 태어난 것은 신의 오묘한 섭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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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덕은 똘똘하게 자라고 있고 그의 인생에서 그림자가 되어줄 것 같은 마동과 두치를 만났으며, 추수는 해적잡는 일목장군이 되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소진은 여전히 무명대사를 찾아다니고, 소진의 아비 우신은 딸의 뒤를 추적하는 중이다. 동부욕살 하대곤의 가당치도 않았던 꿈은 물거품이 되었다. 아버지 무의 뜻과는 다르게 증오와 복수심만 차곡차곡 쌓은 해평의 예상치 못한 인생 행로. 대왕 구와 사유가 그랬듯 다시 한 세대가 저물어간다. 


생뚱맞게,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피고 지는 게 당연한 순리임에도 어느 순간 늙는다는 건 서글픈 거라고 말씀한 어느 분이 생각났더랬다.  


4권에서는 청소년기의 담덕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배 타고 나간 겁없는 두 소년은 어찌 됐으려나?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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