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4부작을 순서대로 읽겠다고 앞의 두 권ㅡ운명, 좌절ㅡ을 얌전하게 꽂아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가 세 번째 권인 이 책을 먼저 읽게 됐다. 이렇게 된 마당에 앞의 두 권도 조만간 읽을 요량이다. 


일단 운명 4부작이 어떤 줄기인지 모르는 바 아니므로 이 책에 대한 배경은 알고 시작한다. 다만 작가의 글을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펼친 책은, 소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진 듯한 느낌이다.  



18.
이 두 사회적 존재는, 낙엽 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는, 풍경화가의 캔버스 위에 놓인 두 개의 슬픈 점이자, 어쩌면 자연의 조화를 근본적으로 못쓰게 만들어 버린, 이전에 결코 존재한 적이 없던 두 개의 점이 되어 있었다. 


배경이나 사연은 차치하고, 자신을 포함한 노녀의 두 남자를 '두 개의 슬픈 점'이라고 표현한 위의 문장은 그 자체만으로 쓸쓸하고 서글프다. 그런데 노년의 서글픔이 특별한 비극적 사연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명절을 치르고 난 후 엄마가 집을 둘러보시더니,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고 이 집에 나만 혼자 남았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그 한 마디에 칠십 평생이 다 담긴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을 읽자니, 다시 그 마음이 든다.




♤ 민음사 도서 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