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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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가 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쓴 편지다. 단순한 편지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읽고 사색한 내용과 더불어 해당 책을 동봉해서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격주로 발송했다. 보낸 책들은 문학소설, 시집, 희곡, 비문학, 청소년 및 아동문학, 그림책 등 다양하다. 더구나 이 편지는 상호 왕래가 아닌 작가의 일방통행으로써 답장은 보좌관이 대신 보낸 몇 통에 불과하다.   


그가 이 혼자만의 외로운 북클럽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7년 3월에 참석한 '캐나다 예술위원회'의 창립 오십 주년 기념행사에서 초대를 받고도 마치 형식상 마지못해 자리를 채운듯한 인상을 받은 것과 짧은 행사 내내 고개조차 들지 않는 수상을 목격하고 난 후였다.  


편지에는 추천하는 책의 솔직한 소감(감동 및 공감하지 못하겠다는 책도 있다)과 추천 이유만이 아니라 작가에 대한 소개, 작품의 사회적 배경과 현 사회와의 연계, 핵심 포인트 등 추천 작품에 대해 다방면으로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또한 사이사이 현재 내포하고 있는 실질적인 사회 문제ㅡ교육, 예술 지원금 등ㅡ를 건의하고, 정치적 견해를 전달하기도 한다. 내가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얀 마텔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고와 가치를 두고 글을 쓰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학교, 교사, 교육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그는 변호사나 의사가 연봉이나 사회적 지위에서 교사보다 왜 높은 대우를 받는지 이상하다고 말한다. 즉 그가 두는 직업의 가치는 얼마나 더 이타적이고 인류애적이냐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두 직업이 이기적이고 반인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만날 일이 없고, 가난한 이들은 문제가 생겨도 만날 수 없는 이들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교사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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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은 101권의 책을 통해 수상에게(이제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많은 생각과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금전적 빈곤만큼이나 위태로운 정신적 빈곤, 덧없는 허영, 세계화 바람에 흔들리는 언어와 정체성,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공감 불능의 시대에서 전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가 그안에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삶의 고결함과 우리 내면의 평온과 나를 포함한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자애심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읽어갈 때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이러한 느닷없는 자기점검에서 당황하기도 하고 회피하고 싶기도하지만, 분명한 건 이러한 각성으로 우리가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건 인간이 되어가는 좋은 훈련이고, 문학과 예술은 인간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와 우리가 삶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존재의 핵심에 이룰 수 있도록 조언한다. 


소설은 변화하는 시대를 읽을 수 있고, 인간 사회에 언제나 존재해왔던 악에 맞서는 우리의 자세를 반추한다. 또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세뇌되는 교묘한 정치적 수법과 권력의 부패, 그리고 권력 집단의 폭압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혹은 내키지 않는 책도 폭넓게 읽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시때때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고,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나를 깨야하는 고통이 삶이다. 자신을 아는 과정, 그로인한 고독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이 아닐런지. 시각화된 사회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줄 아는 혜안, 그리고  무언가를 내로놓기가 무척 어렵더라도, 인생에 있어 때로는 미완성으로 남겨야하는 것들이 있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작가는 101통의 편지와 101권의 책을 통해  '우리 지도자들이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던진다. 그는, 지도자들은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꿈꾸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고, 그리고 그것에 있어 문학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수상에게 사색을 통해 충전할 기회를, 그리고 예술과 문화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기를, 그래서 문화예술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소모품이 아님을 알기를 바랐으나 안타깝게도 효과는 없었던 듯 하다.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과 인간다운 감성을 구축하고, 인간과 세계와 삶을 알아가며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를 상상하고 고민하는 원동력을 문학에서 찾을 수 있음을 말하는 얀 마텔. 예술은 물처럼 항상 가까기에 있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정서는 메말라버릴 것이라고, 그러니 꼭 책을 읽으라는 당부도 함께 보탠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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