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 담덕 1 - 순풍과 역풍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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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아홉 해의 인생을 불꽃처럼 살았던 담덕. 한국인으로서 광개토태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으나 사실 사료는 많지 않다. '광개토대왕 능비'에 나온 내용 외에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했으니 결국 멸망한 나라의 왕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광개토태왕'이라는 다섯 글자에 늘 가슴이 뛴다(어쩌면 억압 당했던 근대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371년, 고국원왕 41년. 소설은 고국원왕 재위 마지막해 봄에서 시작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재위 12년 당시 연나라와의 전쟁, 근초고왕의 왕자 시절과 즉위 과정 등을 간략하게 짚으며 동시에 고구려와 백제, 그리고 당시의 국제 정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중원의 시대 상황을 복잡하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  


1권은 대왕 사유가 벼르고 벼르던 수곡성 전투를 중심으로 고구려 태자 구부와 왕자 이련, 야심가 하대용과 하대곤, 숨겨진 왕족 해평, 한순간에 왕자비에 오른 하연화, 연화를 연모하는 추수, 대상을 꿈꾸는 두충과 사기 등 다양한 인물들이 저마다의 욕망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첫 장을 펼치면서, '고국원왕 41년'을 읽고 1권은 고구마 좀 삼키겠구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책장은 막힘없이 넘겨졌다.  


대왕 사유는 백제와의 전쟁에 있어 반대론자들의 수가 만만치 않고, 농사철에 모병으로 인한 민심이 흉흉하다는 사실, 무엇보다 태자 구부가 백제와의 전쟁은 국력 소모일 뿐이라며 전쟁불가론을 주장했음에도 2년전 백제 대왕 구에게 당한 수모를 잊지 못해 끝까지 전쟁을 밀고 나가면서도 자기가 일면 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 한편으로 못내 불편하다. 거기다 한 달 이상 계속되는 가뭄으로 민심은 갈수록 흉흉해졌고, 국상을 비롯한 대신들은 가뭄과 곧 닥쳐올 우기를 이유로 전쟁을 반대하면서 정히 하겠다면 원정을 수확기가 지난 다음으로 미루자고 얘기한다. 그러나 대왕 사유는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벽창호같은 자가 왕을 하고 있으니... . 전쟁이란 국가적 사안이다. 그런데 왕이라는 자가 앞뒤좌우 따지지 않고 오로지 복수혈전만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안타깝다. 예순 살 늙은 왕의 아집은 독일 뿐이다(이런 면에서 쉰 살이 넘은 백제 대왕 구(근초고왕)는 사유와 아주 다르게 그려진다). 


파계승 석정은 사막의 소소초에 빗대어 고구려가 현 상황에서 우선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간언한다. 뿌리를 튼튼히 하고 미래를 대비해 내실을 다지라는 것. 나라의 기틀을 재정비하고, 장유유서와 군신유의를 지키며, 인재 배양과 백성의 풍요를 우선해야 한다. 석정은 사유에게 불교를 통해 백성을 통합하고 국가의 기틀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정은 태사 구부를 만나 불교가 고구려에 정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백 년 전에 고구려에 불교가 들어온 과정과 백성들 사이에서는 널리 펴져 있음을 알린다. 또한 불교의 유래와 불교가 국가에 미칠 영향까지 얘기하면서 사유에게 그랬듯 불교를 통한 단합된 강력한 국가를 세우고 대덕의 군주가 되어야함을 설파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 소수림왕의 치세가 벌써부터 보이는 듯 하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권력자들의 결혼은 단순한 결혼이 아니다. 왕자 이련의 혼사는 연나부 대 계루부, 왕권 대 신권, 그야말로 정치 싸움이었다. 거기다 왕위 탈환을 꿈꾸는 숨겨진 왕족 해평과 그를 추대하고자 하는 하대곤까지 이들의 싸움에 전략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지는 인물은 두충과 사기다. 각자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대상이 되겠다는 두 사람 또한 적대적 관계이자 고구려 동부욕살 하대곤과 백제 태자 수에게 각각 적籍을 두고 있으므로 이들 역시 정치판에 엮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파계승 석정. 나는 이 사람의 정체와 의도가 진심 궁금하다. 


사유는 단 한 번도 구를 이기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만도 한데, 심지어 적의 코앞에서 죽음에 이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역사상 왕으로서 가장 참담한 죽음이 예견된 평양성 전투를 목전에 두고 1권을 마무리 한다. 역사란 어느 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 기분이나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사족.
1. 고구려의 전렵, 천제 의식, 형사취수제의 폐해, 동맹제 등도 사이사이 서술하는데, 이러한 관습이나 문화에 대한 내용도 재미있다.
2. 백제 태자 수는 전술면에서 탁월한 인물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2. 무술, 무예, 무도의 차이를 이제야 알았다는.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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