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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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미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지고 있는 풍경들, 과거의 지도에서 지워져 잊혀져가고 있는 장소들, 서른일곱 곳을 여행한다. 


저자는 지도책이 아님에도 각 도시 혹은 지정하는 장소마다 지도상에 나타나는 위도와 경도를 표시해 독자가 특정 장소의 위치를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2020년 영국에서 '올해의 여행책'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 책은 여행책으로만 국한하기에는 아깝다. '고대 도시', '잊힌 땅',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 등 총 네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했는데 신화와 전설, 도시의 태동부터 역사, 자연 환경과 기후 변화, 그리고 물러설 수 없는 임계점에 다다른 현재까지 무겁지 않게 훑고 있어 여행서이자 복합적인 교양책의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책에서 언급된 장소들 중 나에게 꼭 가고 싶은 곳을 골라 보라면 요르단의 페트라, 말리 팀북투를 들겠다. 페르라는 비잔틴 시대 내내 번영했던 사라진 도시로 향하는 통로인 시크를 걸어보고 파사드의 웅장함을 실물로 영접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말리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인 작품의 주인공들 트라오레 집안의 네 형제들의 여정이 떠올라 그들의 길을 짚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를 통해 현재 여러 이유로 소멸 위기에 놓인 장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럽의 주요 강 가운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유일무이한 강인 다뉴브의 동쪽 끝은 저수지와 폐공장에서 중금속과 유독성 폐기물로 가득 찬 웅덩이가 발견되고 있다. 사해는 농업 및 생활 용수의 필요에 의해 길이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으며, 수위도 매해 1미터씩 낮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사해 주변의 생태계 문제 뿐만 아니라 싱크홀까지 많이 생겨났다. 인도 야무나강의 수질 오염 때문에 타지마할은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절벽 붕괴, 습지 매립, 해수면 상승, 기온 상승에 의한 물 부족, 열대 우림의 사막화 등으로 투발루가 속한 남반구 뿐만 아니라 북반구의 수많은 도시들도 위협받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베네치아나 북반구 거의 끝에 있는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다뉴브강이 기억과 역사를 품고 있으나 이 강이 건강한 미래까지 품을 수 있을지의 여부, 사해 주변 지반 약화에 따른 심각한 참사 예방 등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있다.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 및 멸종 위기종 발생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자연재해, 과도한 농지 개발과 화학 비료 사용, 근대 산업(공업)화와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인해 나타난, 오랜 세월 축적된 결과물에 대해 우리 스스로 각성과 대안이 필요한 시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쪼록 우리가 아끼는 땅과 자연과 문화유산들, 이 지명들이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람한다. 




사족.
지도와 도판이 무척 좋았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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