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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평점 :

『나는 그 사람을 항상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그냥 선생님이라고 하고 본명은 밝히지 않을 것이다. 세간에 이름이 알려질까 염려해서라기보다 그게 나로서는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반드시 '선생님'이라고 하고 싶어진다. 펜을 든 지금도 그런 기분은 마찬가지다. 데면데면한 알파벳 머리글자 같은 건 도저히 쓸 마음이 나지 않는다.』
첫문단이다. 유난한 문장 없이 담담하기만 한 이 문장들에서 잔잔한 아련함이 묻어나고, 화자의 마음이 전해지며 절로 이입된다. 이러니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의 부름으로 어렵게 찾아간 휴양지에 어쩌다 혼자 남게 된 그는 바닷가에서 서양인과 함께 있는 선생을 처음 발견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들을 지켜보던 화자는 왠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선생이 낯설지 않다. 며칠 후 선생이 떨어뜨린 안경을 주워 건넨 것이 계기가 되어 친해진 두 사람. 상대를 부를 마땅한 호칭이 없어 무심코 지칭한 '선생님'이 그의 호칭이 되었다. 자기의 감정과는 다르게 친밀감을 표현하지 않는 선생의 태도에 실망하는 화자. 그 이유가 자신에 대한 경멸감에 있음을 그때는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