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 오늘도 정주행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윤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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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연재 코너에 실렸던 글들을 새롭게 구성해, OTT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된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낸 옴니버스 에세이다. 칼럼 요소가 다분한 에세이인데, 비평서보다 훨씬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매체나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여러 집단과 권력의 차원에서 소수자인 여성의 위치와 현실, 그리고 실패와 저항. 소재의 신선함과 독특함과 재미 너머에 있는 학대와 폭력,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연대의 정서를 짚어낸다. 사랑과 애도, 치유와 성장, 인생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유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가 물리쳐야 하는 적은 가시적이고 악으로 규정되어 있는 빌런이라면, 보건 교사 안은영은 인간 안에 있는 악한 것들,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으며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가 만들어 놓은, 그래서 언제 나타날지 예측 불가한 무형의 적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성소수자, 여성, 장애, 백인 사회에서의 유색인 등 사회 집단에서 소수자에 있는 약자층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제도와 정서에 관련해 과거 급진적이라고 말했던 주장이 이미 낡았음에도 어떤 부분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얘기한다. 동성애의 형벌처럼 여겨졌던 에이즈에 걸린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죄'는 사랑이 아니라 차별임을 말하며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성소수자의 죽음이 잇따라 일어나가 있음은 이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이 잘못됐음을 인지하는 문제 의식과 이에 따른 행동이다.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자리에 서보려는 태도'부터 시작한다면 사회는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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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을 수 있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피해를 받으며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게 인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배우자가 죽고, 연인이 죽고,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어도, 하나의 불행 뒤에 또다른 불행이 포진되어 있어도, 계속되는 것이 삶이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감독인 커스틴 존슨이 알츠하이머로 치매를 앓는 친아버지의 일상과 아직 살아있는 아버지의 죽음을 영상으로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일상 안에서 아버지의 병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은 따뜻하다. 그런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커스틴 존슨은 영화 제작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가족과 친구의 죽음이 연습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줄어들까? 저자의 말처럼 더 나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 문득 '마음의 준비'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마음이라는 게 준비가 되는건가? 생명은 영원할 수 없음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도 삶은 계속됨을 모르지 않기에 두려움을 대비하기보다 한줌의 웃음을 찾아내는 게 더 낫은 거라는 생각도 잠시 든다. 아프든 아프지 않든, 연습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간다. 중요한 건 그 짧지 않은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음을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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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을 하고, 세상을 향해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내가 선택한 운명과 삶을 어쨌든 감당해나가고, 나의 취향과 가치와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인정하는 삶. 저자는 노후에 이러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읽기만 해도 참 멋지다.    


찰리 채플린은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고 했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머릿속에 자리한 추억이 미화되는 걸 보면, 그래도 인생은 희극에 가까운 것이라고 믿고 싶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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