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 레이디 셜록 시리즈 1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홈즈, 존 왓슨, 마이크로프트, 모리어티, 주홍색 연구.
이쯤되면 그 유명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연상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여성이 스스로 자기의 인생을 선택할 수 없는 빅토리아 시대에 남다른 재능을 타고난 여성이 있다. 살럿 홈스, 그녀가 셜록 홈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샬럿 홈스가 사설 탐정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약물 오복용으로 인한 죽음으로 보이는 세 남녀의 살인 사건이다.  

일단 살인 사건은 완전 범죄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아주 작은 틈이 보이면서 하나한 단서를 맞춰가지만, 곧이어 장벽에 부딪친다. 이럴때마다 홈스의 추론이 빛을 발하면서 정통 추리소설을 충실히 따라간다. 시간적 배경을 빅토리아 시대로 설정함으로써 여성이 갖는 한계와 편견을 허물어버리는 여성 탐정 샬럿을 주인공으로 하는 '레이디 셜록 시리즈'의 첫번째 에피소드인 이 소설은 사건 자체보다 샬럿이 직업 탐정에 입문하는 과정이 사건 해결만큼이나 흥미롭다.  


결혼 날짜를 받아놓고 혼외 자식이 있는 사실이 들통나 약혼녀로부터 파혼당한 샬럿의 아버지 헨리는 결혼식날 다른 여자, 즉 샬럿의 어머니와 결혼했다. 그녀는 사랑없는 청혼이 누군가를 대신하는 자리임을 알면서도 경제적인 이유로 받아들였다. 홈즈 집안에서 레이디 홈즈는 대단한 권한을 가진 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하인조차도 안주인을 무시하는 등 그녀의 권력은 허상에 가까웠고, 더구나 남편 헨리의 업신여김은 그녀를 더욱 무력하게 한다.  

어머니를 통해 아무리 대단하다고 인정받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경제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여전히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샬럿의 언니 리비아는 자부심이 강하지만 연약하고, 사람을 불신하면서도 정작 혼자가 될까 두려워하는, 그래서 스스로를 회의한다. 또한 가부장적이고 외도를 하며 집안 경제를 파탄시킨 아버지, 아버지의 권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면서 애꿎은 딸들에게 권력의 허영을 부리는 어머니, 영리하게 제 잇속을 챙겨며 제  마음대로 휘두를수 있는 부잣집 남자를 골라 결혼한 언니 헨리에타의 영향으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인간이란 존재에 혐오감을 갖고 있다. 

글을 잘 쓰는 리비아, 영리하고 관찰과 추론이 탁월한 샬럿. 그러나 좋은 결혼이 명예를 지키고 성공한 삶이라는 원칙을 지켜야하는 귀족 집안의 여성이 직업을 얻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평민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여유가 뒷바침이 되지 않는다면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없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한데,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은 너무 많다. 이처럼 소설은 당시 여성이기 때문에 감내해야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서술하고 있는데, 이 장치가 앞으로 샬럿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보여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샬럿이 여학교 교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자주권과 권위를 손에 넣을 수 있고, 권력이 미치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자립을 원하는 샬럿이 제대로 된 직업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할 때 존 왓슨 부인의 호의는 고용자보다는 후견인에 가깝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그 배후에 남성의 도움이 있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러한 설정이 당시 여성들에게 가해진 제약을 설명하는 방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여러 장르가 합쳐진 듯한 요즘의 미스터리보다는 정통 추리소설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무척 재미있는 읽기였다. 작가가 <셜록 홈즈>처럼 이 소설의 시리즈를 집필 중인 듯 하다. 제목이 보여주듯 <주홍색 연구>가 연상되는 이 작품 뒤에 나올 두번째 시리즈를 기대해 본다. 




사족.
1. 소설 마지막, 비혼주의자와 유부남의 썸은 무엇?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인연, 그리고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사랑은 1도 없는 결혼 생활임을 감안해도 글쎄... 이 부분은 지켜볼 일이다. 
2. 해링턴 색빌의 사건은 직접 읽어야 제 맛. 색빌, 이 (                         )!!!
3. 트레들스 경사는 샬럿에게 더할나위 없이 정중했지만 이는 기사도 정신에 기인한 존중으로, 동등한 상대에게 가지는 배려가 아니라 강자가 약자에게 베푸는 친절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오래 전 직장 선배가 생각났다. 참 젠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대화 중에 우연히 듣게 된 말 때문에 뜨악 했던 기억이 난다. 본인은 좋은 의도에서 한 말이었겠지만. 





♤ 출판시 지원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