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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씨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
이디스 워튼 지음, 송은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2월
평점 :

쓰는 희곡마다 거듭해서 퇴짜 맞은 휴버트 그래니스. 제작자로 나서 막대한 돈을 쓰면서 까지 올린 희곡을 무대에 올렸지만 일주일도 못 채우고 막을 내렸고, 10년 동안 공을 들여 쓴 그의 무운시 형식의 작품을 받아주는 극단은 없다.
절망적이고 무기력한 삶을 끝내고 싶은 그래니스는 차마 스스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해 사형을 기대하며 젊은 시절 저지른 살인죄를 지인들에게 고백하기에 이르지만, 그들은 과로와 지나친 흡연 탓이라고 말하며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보라고 권유한다.
그래니스는 간절하게 남의 손에 죽고 싶다. 그의 살인은 사실일까, 아니면 신경쇠약에서 온 망상일까? 그리고 왜 자신의 범죄 사실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걸까?
읽기에, 그래니스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비겁한 사람이다. 열성은 있으나 성찰은 없고, 오십이 되도록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 물론 현실에 떠밀려 어쩔 수 없었던 가정 형편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본인한테 일어난 모든 결과의 원인을 자신에게 두지 않는다. 이러하니 더 이상 핑계를 댈 구실이 사라지면 그가 향할 수 있는 곳이 어디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