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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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이지만 경계에서 늘 냉철하게 한국의 현실을 짚어온 박노자 교수가 한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과거, 위계, 혐오, 노동, 세계, 미래 등 여섯 개의 장을 통해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들 조목조목 짚어가며 허울 뿐인 선진국이 아닌 자국민이 행복을 위한 길을 선택해야함을 조언한다.  









한국은 양극화 속의 빈곤, 노인 빈곤, 노동시장의 이원화와 '불안 노동' 증가, 노동시장 진입 실패자 증가 등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자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개인으로 한정하여 이유를 살펴보면 그 원인을 타자와의 관계라고 짚는다. 인간이 고통과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심리적 요소가 타자와의 관심, 존중, 소속감이라고 한다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인 신자유주의적 사회에서 공감능력은 오히려 '약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공감과 연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각종 '혐오'다.  



타인을 존중하려면 '동등'이 기본 이념이 되어야 하는데, 위계가 기본 이념인 사회에서 존중은 실현하기 어렵다. 존중이 부재한 관심은 관음증에 불과하고, 어떻게든 이겨야만 하는 살인적인 경쟁에서 소속감 역시 따라올 턱이 없다. 우리는 현재 가난, 즉 결핍에 시달린다. 가난은 물질의 부족을 함의하지만 1차적 욕구의 결핌 외에도 '시간 빈곤', '관계 빈곤' 등 2차적 욕구의 가난에 시달린다.  



사회 어디에서도 '나'를 책임져줄 조직체가 없다면 취약한 한 개인이 사회에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남들도 다 그래'라는 핑계로 방치한다면 국가도,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도 덩치만 비대해진 빈 수레가 될 터다.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개인들'이라는 문구가 목에 턱 걸리는 느낌이 든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사회 제도 개혁은 물론이며, 더불어 사회 구성원의 의식 전환과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주요 열강국이 자행하는 '제재'를 들어 타자를 강제로 쫓아내거나 '우리'와 동화시키려는 국가의 폭력에 대해 언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양상의 폭력은 국가와 민족 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규모의 범위를 넓히든 좁히든 칼자루를 손에 쥔 제재 폭력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선진국'은 일상이 비폭력화되어 안정적이며 복지가 가능한 바람직한 사회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돈이 많고 소수자들을 언제든지 박해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회를 의미하는가. 복지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톨레랑스'다. 민족, 종교, 문화적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존중을 뜻한다. 소수 의견을 표현할 자유, 다양성이 박해당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된 사회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이 그토록 모델로 삼는 그 거대한 나라는 과연 선진국일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비폭력화가 이루어지자면 사회, 특히 직장의 탈군사화와 사회 전반의 평등화, 사회적 관게들의 대등화 등이 필요하다. 대학 평준화를 통한 학벌 카스트 제도의 타파가 필요하고, 노동자들의 경영 참여를 통한 기업의 민주화부터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심각하다. 알면서도 하지 않고 있기에.  




차별과 따돌림, 노동자와 지식인의 사회 계급 분화, 양심수, 여전히 존재하는 국가보안법, 경직된 위계성, 사회적 신분 세습, 학벌주의, 소외계층의 죽음, 살인적인 노동 시간, 혐오정치와 배제, 착취, 내부의 오리엔탈리즘, 기후 변화에 따른 식량 자급률과 이민 증가, 신자유주의의 후퇴, 한국의 미래 예측과 제시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으면서도 근본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수많은 폭력들과 개선점에 대해 얘기한다. 저자는 코로나 사태를 거쳐 한 시대가 종말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미국식 신자유주의 모델을 완전히 벗어나 한국식 생태형 복지국가 모델 전환의 장기적 비전을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자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가끔 이 분의 저서를 놓고 한국에서 살지 않는 (민족 정서가 결여된) 귀화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고, 일단 한국에서 세금내고 살면서 책을 내라고 비난하는 독자들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타자화해서 객관적으로 들여다 보기 어렵다. 특히 '우리'라는 소속된 집단은 '나'와 동일시 되기에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나'를 비판하는 것 같아 그 내용이 맞든 틀리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귀담아 들어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래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은 법이라고, '우리' 어르신들이 말씀하지 않았는가.




♤ 하니포터 2기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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