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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어둠 - 극단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는가
율리아 에브너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저자는 극단주의 집단이 어떻게 지지자를 동원하고 어떻게 취약한 개인을 본인들의 네트워크로 유인하는지, 그들의 비전은 무엇이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며, 그들이 가진 사회적 역동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기 위해 스스로 고양이와 쥐가 되어 10여개의 극단주의 집단에 잠입, 합류했다. 그래서 극단주의 전략과 전술 등 애초에 알고자 했던 바 뿐만 아니라 극단주의자들의 인간적 면모와 저자 본인의 취약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극단주의 운동 집단끼리의 공통점은 별로 없지만 작동 방식은 비슷하다. 집단의 리더들은 안전한 사회적 보호막을 만들어 더 넓은 세계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장려하고, 집단 구성원들은 반反세계화 이념을 세계화하며, 현대의 기술을 이용해 반현대적 비전을 실행에 옮긴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극단주의 운동이 갖은 숨겨진 근원에 대해 말한다.

온라인 에코체임버의 등장은 극단주의 운동이 신입 회원을 세뇌시키고 집단 의존성과 집단 가치를 강화하고 내면화시키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메릴랜드대학교의 연구원들이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모든 급진화 사례의 90퍼센트가 온라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영향을 받았음을 발견했다. 소셜미디어는 극단주의자들의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급진화를 가속화했다.
저자가 어느 집단에 가입하기 위한 심사는 예상보다 구체화, 조직화, 체계화 되어 있었다. 극단주의 커뮤니티는 내가 책을 읽기 전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극단주의자들에 대해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인정욕구와 자존감의 부재, 외로움과 불안이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다는 것. 그래서 음모론자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이러한 주장들이 정말 먹힌다고?' 싶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즉흥적인 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은 사회기반시설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정신이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처음 의도는 좋았으나 종단에는 악의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가 신기술이라고 칭송하며 사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전쟁에서 파생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사이버 혁신도 마찬가지다. 국제적인 극단주의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극단주의자들은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네이티브를 급진화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협력하고 있다. 그들은 필요에 따라 하나가 되고 틈새 시장을 공략해 지지자들을 끌어모은다. 점점 더 진화된 방식으로 신입 회원을 모으고, 세뇌하고, 사회화시킨다.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사이버 세상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는 연령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는 새에 그들의 광고선전물을 실어나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나는 '딥페이크'에 대한 단어의 뜻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읽다보니 정말 우려되는 부분이 컸다. 이제는 활자화 된 거짓 기사를 넘어 화면을 바꾸고 연설을 수정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비정부기구는 자사의 텍스트 적용 딥페이크 기술을 오용을 염려해 발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극단주의의 파급은 충분히 커질 수 있으며 집단주의를 가속화한다. 저자는 근래의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과 영국의 브렉시트를 든다. 우리는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경계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친구맺기를 하고 다름을 공유할 것 같지만, 실은 알고리즘 덕분(?)에 자신의 취향이나 정치적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오히려 더 학습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알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과잉 검열과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 등이라는 딜레마에 부딪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허점을 극단주의자들은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많은 사회기술적 문제가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외로움과 중독, 집단주의는 신기술의 원인이자 결과이다. 화면 안에서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하고, 연출된 셀카로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과 경쟁을 하고,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모래같은 존재감과 자존감으로 만족하고, 어느 순간부터 화면 속과 현실의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래서 최첨단 기술과 소셜미디어 사용에 능한 극단주의 운동과 싸우려면 그 원인을 사회나 기술 중 하나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최근의 기술 혁신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시대성과 약점, 욕망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사회와 기술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지해왔던 내용들이었지만 극단주의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면밀하게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이 책이 도움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겠다. 그들은 의외로,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 출판사 지원도서, 지극히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