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드디어 다윈 4
찰스 로버트 다윈 지음, 김성한 옮김, 최재천 감수,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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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종의 기원>을 두번째 읽으면서 앞으로 다윈의 책을 읽을 일은 거의 없겠다했는데, 이 책을 읽게 됐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셀 수 없는 수많은 관찰과 경우의 수를 들어 지구가 회전하는 동안 이어져 온 생명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직접 관찰과 지인을 동원한 정보, 그리고 여타 다른 문헌들을 참고해 인간과 동물이 밖으로 나타내는 다양한 감정 표현들의 특징을 서술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간에게서 살펴볼 수 있는 모든 주요 표현들이 전 지구적으로 대동소이하다는 것이고, 이 점이 흥미로운 까닭은 단일 혈통의 선조로부터 여러 인종들이 유래되었음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이나 동물이 보여 주는 주요한 표현 동작이 개인적인 습득이 아닌 유전적인 것이며, 그중 다수는 학습이나 모방과 상관없고 어릴 때부터 나타나는 동작들은 평생  개인의 통제 능력을 벗어나 있다. 그러나 눈물이나 웃음처럼 타고 난 감정 중에서도 충분하고 완벽하게 표현될 때까지 개인적인 연습이 필요한 것들이 있다. 그리고 기도할 때 합장한다거나 애정의 표시로 입맞춤을 하는 등의 우리가 선천적이라고 믿을 만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일부 몸짓은 분명 학습된 것이다. 또한 일정한 목적을 위해, 혹은 모방을 통해 의식적.자발적으로 수행되어 이후 습관화된 것들이 있다. 그런데 주요한 표현 동작들은 대체로 선천적이거나 유전을 통해 물려받은 것이다. 물론 일부 두드러진 표현 동작들은 노력으로부터 생겨나기도 했다.  



언어는 동일 종족의 성원들 간에 의사 소통을 하는데 뛰어난 능력으로써 인간이 진화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다양한 표현 소리를 내는 음성(소리) 기관은 처음에 성적인 목적을 위해 발달했으나 이후 점차 발달하면서 의사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다윈은 이 책을 저술하면서 의지, 의식, 의도라는 용어를 적절히 적용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자발적이었던 동작이 습관화 된 것도 있고, 최정적으로 유전적인 것이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동작이 의지를 거슬러 수행되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표현 동작들이 대부분 선천적이거나 본능적이지만 이들을 인식하는 능력이 그러한지는 별개로 고찰해봐야 함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표현 동작이 점차적으로 습득되다가 나중에 본성이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듯, 비록 경험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표현 동작에 대한 인식 능력은 본능적인 것이 되었다는 주장에 개연성이 있다고 여긴다.  



다윈은 우리의 호흡 및 순환 기관의 구조가 조금만 달랐더라도 우리가 짓는 대부분의 표정을 지금과 많이 달랐을 거라고 짐작한다. 여러 표정을 지을 때 나타나는 근육의 변화에 대해서 지나치다 싶을만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서술하는데, 다윈의 직접 관찰이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머물렀음은 살짝 아쉽지만, 근육의 수축이나 눈물 분비, 안구 표면에 가해진 압력 반사 작용 등 이러한 결과물을 대부분 관찰로 이끌어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짓는 표정들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고착되어 왔음을 다윈의 집요한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예를 들어보자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부정적일 때 좌우로 흔드는 행위를 우리는 대부분 당연하게 여긴다, 냉소와 무시의 표정은 오직 얼굴 한 편의 송곳니만을 보이는 방식으로 윗입술이 수축한다, 우리는 결의(결단) 찬 모습을 보일 때 입을 굳게 다문다(물론 전 인류가 공통적이지는 않다). 이처럼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표정이나 행위들을 통해 타인과 무언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그래서 범죄 프로파일링이 가능한 거 아닌가 싶고).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공감이 본능이라는 접근이다. '공감의 본능'을 매개로 슬픔을 비롯한 여러 감정들이 촉발된다는 것(사실이든 아니든 멋진 가설이다). 따라서 공감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표현 동작은 언어에 비해 훨씬 진실되게 생각이나 의도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명체에 대한 많은 것들이 증명된 현재에 비전문가로서 이 책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다. 에른스트 마이어는 <이것이 생물학이다>에서 현미경의 발명 덕분에 생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말씀했는데, 기술이 아닌 관찰로서 인간과 동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큰 인내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 다윈이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에 찬사를 보내며 장엄함에 경의를 표했다면, 나는 그의 관찰과 인내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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