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계몽 -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37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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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부에서 계몽주의의 개념들을 정리하고, 2부에서 그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3부에서는 계몽주의 사상을 옹호한다. 특히 이성, 과학, 휴머니즘에서의 개몽주의 이념이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며 보탬이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보편적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의 주제로서 네 가지를 꼽는다. 이성, 과학, 휴머니즘, 진보가 그것이다. 이성은 비타협적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 습관이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성은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과학 혁명은 인간을 무지로부터 뿐만 아니라 공포로부터 탈출시켰다. 과학에는 우리 자신 즉, 인간에 대한 이해도 포함되었다. 휴머니즘은 부족, 인종, 국가, 종교의 영광이 아닌 인간 개개인의 안녕과 복리에 특권을 부여하고, 만족과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존재는 집안이 아니라 개인이다. 인간은 공감이라는 정서를 타고 났기에 휴머니즘 본성에 부합할 수 있다. 과학과 이성과 세계주의가 공감의 범위를 넓혀 준 덕분에 인류는 지적, 도덕적으로 진보할 수 있었다. 진보를 이야기함에 있어 짚고 넘어가야할 중요한 점은 휴머니즘에 기초하지 않은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조건을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인 엔트로피, 진화, 정보는 인간의 진보 이야기의 핵심적 줄거리다. 저자는 이 세 개념을 통해 불행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유기체같은 복잡계는 수많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쉽게 망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여기서 망가짐이란 압제와 착취). 인간은 폭력을 부도덕한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것으로 본다고 얘기하면서 그 증거로 인류 역사 전체에서 탐욕보다는 정의의 이름으로 살해된 사람이 더 많다는 문장이 확 와닿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바는 경제 성장이다. 그리고 현재 예민한 이슈인 불평등, 환경에 대해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저자가 말하는 여러 형태의 폭력과 사고, 그에 따른 사망이 과거보다 현저히 낮아졌고,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글에서 피해자에 대한 경시는 없다. 객관적인 자료에 따른 결과를 말할 뿐이고 이는 사회가 더 진보하고 있음을 근거한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상대 수치에 기대어 절대 수치의 피해자가 잊혀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가 주장한대로 분야에 따라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은 점점 진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약자의 입장에서 평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무엇보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 나아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대중적 희망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현재의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그는 인간이 평등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진보(계몽)를 이뤄야하고, 진보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가 무조건적으로 부를 지향하자는 것도 아니고, 기본소득 등 인류가 평등하게 누려야할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논리가 악용될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느껴진다. 따라서 인류가 추구해야할 가치의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어야하는지를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글은 중립적이고 정치적.편향적이지 않으며 현실과 인간의 본성을 기초로 냉철하게 판단한다. 읽으면서 크게 동의.공감한 부분도 있었고, 물음표를 찍어 놓은 부분도 있었다. 진보는 인간의 지식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계몽을 지향하는 그의 사상이 흔들림이 없음을 느낀다. 우리가 사회과학 문헌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사실에 입각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으로 통찰할 기회를 줌과 동시에 독자 스스로 물음표를 찍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어떤 부분에서 공감하고 어느 지점에서 물음표를 찍을지 무척 궁금하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들이 많을 것 같아 독서 토론 한 번 가야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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