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206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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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를 목전에 두고 내리는 5월의 눈도, 느닷없이 나타난 파시스트 기병대도, 불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인물들의 외적 갈등과 로버트의 내적 갈등이 폭발한다. 


 
로버트는 자신이 죽인 나바라 출신 기병대 청년의 개인적인 서류를 읽고 생각에 잠긴다. 사람을 얼마나 많이 죽였는가? 죽인 사람 중에 진짜 파시스트는 과연 얼마나 될까? 거의 없을 거다. 로버트는 전쟁이 나기 전 나바라 사람들을 좋아했다. 그러나 전쟁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았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죽일 수 밖에 없고, 자신이 한 행동의 동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아니 옳은 것이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는 민중의 권리를 믿고 있으며 또 민중이 스스로 바라는 대로 자신의 나라를 통치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살인을 하지만 살인을 믿지 않는다. 로버트는 안다. 살인은 범죄 행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불행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의 생명을 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잊는 것은 개인의 권리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무슨 일이든 잊어버릴 수 있는, 무슨 일에서나 눈을 감아 버리거나 잊어버리거나 약화시키거나 변경하거나 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로버트는 이러한 부조리를 자신에게서, 그리고 남북전쟁 참전으로 자부심이 컸던 할아버지의 자살을 통해서 찾아낸다. 무엇보다 라파엘처럼 정치적 신념도 없는 이들이 총을 잡아야하는 세상의 모순을 먼저 봐야한다. 살인이 유일하게 합법이 되는 경우는 전쟁 뿐이다. 폭력을 단죄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의 부조리. 



이 전쟁의 아이러니는 로버트의 편지를 들고 심부름을 떠난 안드레스의 여정에서 볼 수 있다. 공화당 쪽 경계선까지는 일사천리로 달려 도착한 안드레스는 정작 공화당 진영에 들어서면서부터 진행이 더뎌졌다. 가까스로 중대장과 대대장을 거쳐 여단에 있는 중령에게까지 갔으나 장교가 보고받은 일이 없다는 이유로 안드레스를 막아서고 우여곡절 끝에 중령의 통행증으로 골스 장군 참모부까지 도착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국제 여단 최고위원으로부터 파시스트로 (사실 작정하고 오해한)오해받아 안드레스와 고메스 중위는 체포된다. 위급한 전시 상황에서도 원칙과 위계질서만 따지고, 지휘체계는 엉망진창이며 지휘관 간에 질투까지. 특히 외국에서 파병나온 장교들에게 신념 따위는 없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로버트는 게릴라 대원들에게 형제애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전쟁터를 벗어나 마리아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사랑은 전쟁과 피를 원하지 않는다. 이쯤에서 마리아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공화정을 지지하는 마리아의 부모님은 파시스트들로부터 학살당했고, 마리아는 파시스트들에 의해 겁탈당했으며, 게릴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필라르의 보호 아래에서 상처를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연약한 인물이지만 오히려 강한 생명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로버트와는 다르게 파시스트와 맞설 아이를 낳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마리아. 오히려 혁명가적 자질은 마리아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셀모는 권력자들도 서민들과 똑같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로써 인간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얘기한다. 그리고 로버트의 작전을 멈추기 위해 폭탄을 들고 도망갔다가 외로워서 돌아왔다는 파블로 역시 안셀모의 말과 같은 맥락에 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 목적은 일을 하고 사랑을 하고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임무는 성공했고,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곧 죽을 것이고, 누군가는 살았다. 전쟁이 그렇다. 분명한 것은, 전쟁은 이념이나 신념을 실현하는 방법으로서 가장 잔인하고 애통하다.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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