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0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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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진 바대로, 헤밍웨이가 스페인 내전을 취재했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로써 전쟁의 광기와 그로인해 피폐해져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로서 타국의 전쟁에 기꺼이 참전한 로버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냉철한 젊은이다. 그는 전쟁 중 군인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자신이 이 작전을 수행하다가 죽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만큼 이성적이다. 또한 그는 다리 폭파 작전에 반대하는 파블로를 없애야하는 문제에 대해 갈등하면서 차라리 게릴라 내부에서 파블로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그에게 파블로의 죽음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로버트는 평범한 주민에서 게릴라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
  


소설 곳곳에는 전쟁과 이념에 대한 모순을 이야기한다.
동물을 죽이는 것이 싫어서 사냥을 하지 않지만 정의를 위해서 필요할 때는 사람을 죽여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는 로버트와 반면 사람을 죽이는 게 싫다면서 필요 이상으로 동물을 죽여 박제로 만들어 즐기는 안셀모의 모습은 다르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로버트는 집시들이 전쟁의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싸우는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전쟁의 일선에서 전투를 벌이는 병사들은 자신들이 싸우는 목적과 의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까? 설혹 처음에는 각자의 소신이나 신념이 있었다하더라도 많은 병사들이 점점 파불로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한때는 충성스럽고 진지하면서 용감했으며 잔인하기까지 했던 사나이, 파블로는 반란군의 강력함에 패배감이 커지면서 결국 적에게 쫓기다가 죽게 될 거라는 우울증에 잡아먹혔다. 그는 임무나 전쟁보다는 동료들의 안위가 더 우선이라고 말하지만, 그에게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돈에 대한 욕심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자신의 삶에 회의를 갖고, 죽는 게 두렵다고 고백하는  파블로를 탓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가 가장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뒷걸음질치는 파블로에게 '세상 어디에도 안전 따위는 없다'고 일침을 가하는 이는 그의 아내 필라르다. 파블로를 실패작이라고 단정하면서 죽일지언정 상처를 주는 것은 싫다고 말하는 필라르에게서 남편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파블로가 삶의 회의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슬픔을 느낀다면, 필라르는 신념을 잃은 인간에게서 슬픔을 느낀다. 파블로와는 다르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 여성의 감정 역시 분노에서 슬픔으로, 이제는 절망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때마침 나타난 로버트의 작전에 도움을 주고 공화당이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삶의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그녀에게 싹튼다. 그러나 현실은, 게릴라군은 숲속을 나가도 마땅히 갈 곳이 없다.  






혁명이라 명명했던 내전은 서로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없었던 한 동네 주민들이 공화당과 파시스트로 나뉘어져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들었다. 점차 광기로 변질된 파시스트 학살의 현장. 필라르를 비롯한 사람들은 학살이 끝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되었음을, 부끄러움을 느낀다. 곧이어 마을을 재탈환한 파시스트. 대부분의 주민들은 당 조합에 가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치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먹고 사는 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파시스트들은 그러한 사정과는 무관하게 주민들을 학살했다. 혁명이라는 이름의 전쟁은 복수라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순환된다.


마리아를 사랑했던 순간을 한평생 기억할 거라는 로버트는 어느새 자신의 안위보다 게릴라군들에게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고 있다. 그가 이들을 걱정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게릴라 요원들 개개인의 아픈 과거사를 공유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산속에 숨어지내는 이들이 다시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로버트는 이 전쟁이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란다.  


로버트는 마리아와의 사랑으로 삶의 충만함을 느끼고, 영웅보다는 마리아와 남은 삶을 살기 위해 이 전쟁에서 살아남기를 소망한다. 그는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 마리아와 결혼하고 대학 강사로 복직하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그 전쟁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도 이와 같았을 것이다.  


로버트는 스스로에게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냐고 자문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신념이 없다고 혼잣말을 하는데, 결국 정치적 신념이란 이념이 아닌 인민, 사람을 향해야하는 것 아닐까.  




 
♤ 리딩투데이 선물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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