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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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 역사서가 아닌 제목 그대로 인물을 그려낸 평전이다. 재미있는 점은 두 인물을 배치해서 쓴 비교 평전인데, 독특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을 비교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 치자면 인명 사전같은 느낌이지만 문헌뿐만 아니라 구전으로 전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 등 해당 인물에 대해 저자가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과 지금 우리의 생각이 다른 부분들이 의외성을 띠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플루타르코스가 클라디우스 황제 임기 말년에 태어나 트라야누스 황제의 통치 시대를 살았다고 하니 비교적 전쟁과는 거리가 먼 시기였을테고, 권력의 중심에 있는 가문의 후손이 아니였으며, 아테네에서 수학한 후 청년 시절에는 이집트를, 이후에는 이탈리아와 로마로 여행을 다니며 견문을 넓힌 것으로 봐서 그가 다각적 측면에서 인물 평전을 쓸 수 있었겠다고 짐작해 본다.   






 


스파르타와 로마를 실질적으로 체계를 형성해 놓은 지도자는 리쿠르고스와 누마라고 할 수 있다. 플루타르코스가 얘기하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지혜와 절제를 갖추고, 신 앞에서 경건했으며, 남을 다스리고 가르치는 데 탁월한 능력이다. 누마는 시민이 그를 왕으로 추대했고, 리쿠르고스는 왕이었다고 스스로 평민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저자의 표현이 흥미로운데, 누마는 왕위에 오를 자격이 있다고 인정을 받을 만큼 덕망이 높았고, 리쿠르고스는 왕위를 비웃을 정도로 덕망이 높았다고 썼다. 한 마디로 두 사람 다 난 인물이라는 것. 두 사람의 기본적인 성향은 같지만 정책을 시행하는 방향은 아주 달랐는데, 현악기로 비유하자면 리쿠르고스는 현의 줄을 조였고 누마는 느슨하게 조율했다. 리쿠르고스는 지시를, 누마는 설득을 통해 시행했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성질을 놓고 보면 리쿠르고스가 정책을 시행하는데 훨씬 어려웠을 것이라고 얘기한다(동의!).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의도는 같았으나 한 사람은 용맹에, 다른 한 사람은 정의에 더 큰 가치를 두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평등을 주장한 리쿠르고스보다 누마의 정치가 친서민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리쿠르고스를 지지하는 부분은, 스파르타 여인들은 비록 제한적이었지만 정치 문제에서도 논쟁에 참여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의 비교에서 딜레마는 강력하게 통제했던 리쿠르고스의 법조는 오백 년 넘게 유지되었던 반면, 누마가 이룩했던 평화와 우호는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고대 시대의 한 국가의 토대가 되었던 정책과 가치들의 생성과 소멸을 읽다보면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는 어떠한 가치를 두고 정책을 세워야할지에 대한 생각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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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론과 푸블리콜라의 관계는 조금 독특하다. 푸블리콜라는 먼저 태어난 솔론을 본받았으며, 솔론은 푸블리콜라가 옳았음을 입중해 주었다. 무슨 의미냐하면, 솔론은 불의하지 않고 고귀한 사람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를 실행함으로써 행복진다는 것을 푸블리콜라가 몸소 증명했다. 플루타르코스가 두 사람을 한 줄로 평가한 문장이 재밌다. 솔론이 가장 지헤로운 사람이었다면, 푸블리콜라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것. 그들이 시행한 정책과 정치 방식을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두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건데, 이들에게는 남다른 현명함과 분별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독재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권력을 더욱 민주적으로 행사한 푸블리콜라,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지 않은 솔론. 쉽지 않은 일이다. 새털같이 하찮은 권력에도 목에 힘이 들어가는 요즘의 세태를 떠올려보면 두 사람에 대한 플르타르코스의 평가가 아깝지 않다.  





동시대 사람들이 그리스와 로마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본보기라고 극찬한 카밀루스는 로마의 두 번째 건국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 테미스토클레스와 카밀루스의 공통점은 한미한 가문 출신으로서 자신들의 능력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간,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인물들이다. 데미스토클레스에게서 지략이 돋보인다면, 카밀루스에게서는 그의 됨됨이가 돋보인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극명한 차이는 말년에 있다. 데미스토클레스가 자신이 구원한 시민들과 정적들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조국을 떠난 반면, 카밀루스는 장수를 누리며 영예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잘 파악했는데, 지나친 자신감과 분별없는 열정이 데미스토클레스의 발목을 잡았고, 카밀루스는 좀더 분별력(속된 말로 눈치)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이 장章에서는 아리스티데스와 대大 카토를 비교하는데, 아리스티데스와 테미스토클레스를 라이벌 전으로 평전해도 재밌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리스티데스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주 교과서적이고 고지식한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 불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친구를 두지 않는다고 할 정도면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맹점은 이런 사람이 과연 인민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할까? 국고 감독관과 지휘권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읽자니 이런 사람, 드물다. 행정가로서는 더할나위없는 맞춤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이 사람에 대해 가장 인상적인 면은 그가 추방되던 날, 조국의 인민들이 자신을 기억하게 만드는 불행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람한다. 즉, 자신은 억울하게 추방당하더라도 이 나라가 자신이 떠올려질만큼 부정부패가 만연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그 사람, 참... 진국일세). 근검절약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대 카토다. 문제는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인데 그로인해 민중들에게 극심한 적대감(사치하면 세금 부과)을 사게 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남자, 마이 웨이를 넘어서 더 엄격해진다. 그럼에도 그는 자상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아이들 교육에도 열성적이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아리스티데스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아리스티데스는 가정을 돌보지 않아 거지꼴을 못면했지만, 카토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만큼 가정을 돌봤다. 아리스티데스가 위기에 약하고, 카토가 위기 극복에 탁월했던 까닭이 이런 부분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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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래 전에 읽고 다시 읽으니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다. 아마 그때는 배경 지식도 빈약했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지리와 이름 혹은 명칭들이 곤혹스러웠던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역사적 사건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배경 지식이 풍부하지 않아도 옛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이왕이면 알면 더 좋고). 플루타르코스가 매칭한 인물뿐만 아니라 독자가 매칭하는 재미도 쏠쏠하겠더라는. 무엇보다 툭툭 내뱉듯 써놓은 저자 혹은 인물의 몇 마디에 삶의 혜안이 담겨 있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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