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ㅡ 카지미르 말레비치
그림을 보는 나의 안목은 여전히 한참 모자란 듯하다.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실물로 본 적이 없으니 그림의 가치를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러시아에서는 1조원을 추산한다고 한다. 도대체 왜? 흰 바탕에 검은색 사각형을 그렸을 뿐인데.가난했던 말레비치가 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그림 위에 덧그린 그린이어서 갈라진 물감 사이로 밑에 그려진 그림의 색이 조금씩 보인다고 하는데, 책에 실린 사진으로는 아주 살짝 드러난다.
"예술의 한밤중이 지나갔다. 절대주의는 모든 회화를 흰 바탕 위의 검은 사각형 속으로 집어넣는다. 검은 사각형은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것의 총합산인 동시에 남은 찌꺼기다."
말레비치의 이 말에서 그 가치를 짐작해봐야할까?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고전적 재현에 대한 거부, 가시적 현상과의 확고한 단절, 비가시적 본질에 대한 철저한 탐고의 선언 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검은 사각형>을 통해 가장 급진적인 방식으로 모든 현실적 요소를 거부했다는 말레비치의 의도를 납득함에도 불구하고 <검은 사각형>은 나에게 여전히 물음표다.
전체주의 독재가 본격화되면서 1932년 사회주의 리얼리즘 선언으로 아방가르드 예술 전체를 공식적으로 부정 당하고, 아방가르드 리더였던 말레비치는 형식주의자로 낙인 찍혀 고초를 겪다가 불행하게 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