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을 치는 늙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미혼 여자 농노의 사생아로 태어난 마슬로바는 세 살 때 어머니가 죽고 손녀를 힘에 부쳐하는 할머니에 의해 지주 자매에게 보내졌다. 엄격한 언니 마리야와 다정한 동생 소피아의 영향을 받아 반은 양녀로, 반은 하녀로 성장한 마슬로바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에 지주 자매의 조카인 부유한 공작인 드미뜨리 이마노비치 네흘류도프가 입대하기 전 사흘간 머물던 중 그녀를 유혹하고 임신시킨 후 떠났다.
지주 자매의 집을 나온 마슬로바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으로 보내져 죽었고, 지주의 집에서 귀족 생활에 익숙해진 소녀는 어느 곳, 어느 일자리에서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한다. 세상물정에 어두운 마슬로바는 직업 소개소에서 우연히 만난 귀부인에 위해 졸지에 매춘부로 취급되고 만다. 그러나 마슬로바 스스로 하녀나 세탁부 등 힘든 육체 노동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술맛을 알아버린 그녀는 처녀들을 사창가로 넘기는 뚜쟁이의 꾐을 버텨내지 못했다. 그리고 매춘부가 되는 것이 그동안 자신을 농락했던 남자들에게 복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마슬로바는 국가가 인정해주는 공식적인 매춘부의 길로 들어섰다. 마슬로바가 매춘 생활 7년째 접어든 스물여섯 살 되는 해에 돌발적인 사건에 휘말리고 6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법정에 불려 나가게 되었다.
육체적 노동을 기피해 쉽고 편하기만 한 길을 선택한 철딱서니 없는 마슬로바를 칭찬할 수는 없지만, 하녀로 들어간 집마다 남자들의 강간 위험에서 한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상황을 짚어보면 마슬로바만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