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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평점 :

서른두 살의 나이에 혈액암을 진단받고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진솔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깨달음을 얻었다기보다 읽는 동안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고, 일면 내 모습이 겹쳐져 공감 더하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목표 없이 산는 것, 사람답게 기대어 살려면 서로에게 곁을 내줘야 한다는 말, 타인의 불행으로 나를 위로하지 않겠다는 다짐, 느닷없이 등장하는 위기의 극복, 죽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충만하게 살겠다는 결심은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가는 말들이다. 어쩌면 저자가 아직까지는 난치병이라고 여겨지는 암환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들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지 않는가.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에서 암무는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서른한 살'이라고 말한다. 요즘에는 평생에 걸쳐 인생 주기에 따라 직업을 달리해야할 만큼 수명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사건.사고는 늘 우리 주변에 산재해 있기에 젊다거나 건강하다는 이유로 죽음과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식상한 얘기이겠으나 결국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우선해야한다. 저자는 그동안 실패없이, 큰 불행없이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들을 세심하게 느끼며 고민하고 사유한다. 걱정과 불안을 예정하지 않고 나 스스로를 보듬으며 누군가 내 마음과 감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 역시 타인과의 마음 나누기를 위해 곁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스스로를 유리멘탈이라고 칭하는 저자의 글이 과거 현재 미래의 세상 걱정을 떠안고 사는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문제가 생기면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 지금까지 살아 온 나를 돌이켜보면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한 존재들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저자처럼 안달복달하며 사는 사람이다.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었다. 그러나 10여년 전쯤, 복합적으로 발생한 여러 상황을 계기로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내려놓는 것이 포기와 같다고 말하지만 포기와 순리는 다르다. 설혹 같다하더라도 무슨 상관이냐싶다.
이 책은 심리 전문가가 쓴 글도 아니고, 치유 도서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 읽고 있으면 나의 내면에 있는 마음 조각들을 꺼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맞아, 내 마음도 그래..."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마음이, 생각이 오락가락할 때 가까운 사람과 대화하는 마음으로 읽기에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