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조각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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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올슨, 당신은 어떤 분인가요?" 
 

동생 앨과 함께 사는 크리스티나의 집에 어느날 한동네에서 사는 벳시가 그림을 그리는 앤디라는 청년을 데리고 온다. 두 사람은 짧은 기간에 연인 관계에서 결혼까지 하는데, 이후 그들이 크리스티나의 집에 이젤을 놓으면서 수시로 들락거리자 조용하던 집이 북적거린다. 크리스티나는 이 두 사람을 보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크리스티나는 세 살 때 열병을 앓은 후 발이 변형으로 뒤틀려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의 부모는 딸이 일곱 살 되는 해에 장애를 치료해보려고 했지만 어린 소녀는 두려움으로 검사를 완강히 거부했고, 부모는 더이상 이에 대해 권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장애로 인한 어떠한 호소도 받아주지 않았다.  


크리스티나의 집안은 대대로 모험가다. 그녀의 외조부모는 거친 바다에서 모험하며  반평생을 보냈고 바다에서 세 아들을 잃었다. 스웨덴 출신인 아버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다섯 살에 예테보리항에서 뉴욕으로 출항하는 무역선을 탔고, 20대를 바다에서 보낸 후 엄마와 결혼해 쿠싱에 정착했다. 외할머니 마메이는 손녀에게 모험심과 가보지 못한 세계와 바다에 대한 동경,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을 심어주었다. 어린시절부터 크리스티나는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고 싶었다. 그녀가 학교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세상을 두루 다닐 수 없더라도, 적어도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을 거라는 안타까움이 남았다.


병약해진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보고, 아버지가 당한 사기로 가난까지 감내해야하는 생활, 동생 샘을 비롯해 주변의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외톨이이며 황량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크리스티나의 결핍과 자격지심은 독이 되어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상처입힌다. 언제부터인가 집안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버린 크리스티나는 어린 시절에 비록 고집이 셌지만 자기의 감정만 생각하지 않았건만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일평생 병약한 어머니 대신 가족들 뒷바라지를 해왔던 크리스티나의 상실과 허무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런 그녀 앞에 별처럼 나타난 꼬마 벳시. 그리고 십수년이 지나 벳시가 데려온 앤디. 그는 많은 부분에서 크리스티나와 닮아있다. 앤디 역시 한쪽 다리가 불편하고, 지나치다 싶을만큼 고집이 세며, 독립적이면서도 결국 부모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제약받는 신체와 가족이라는 현실적인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것 또한 아주 흡사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내면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소설에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자주 등장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자연을 사랑했으나 말년에 은둔하며 시를 썼던 에밀리 디킨슨 삶에 크리스티나가 깊이 이입했다면, <보물섬>은 그녀가 상상해온 자유와 낯선 세상을 향한 동경을 상징한 것일테다.


앤디가 그림 안에 자신을 그려넣어 화폭 안에서 현실 너머 자유의 세계에 도달했던 것처럼 크리스티나 역시 그의 그림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을 것이다. 평범하고 싶어서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중년의 나이에 스스로를 젊은 아가씨로 생각한다는 크리스티나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늘 기다리는 삶을 살아야했던 크리스티나의 인생이,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을 계기로 소설의 마지막을 이루고 있는 문장들처럼 벅찼기를 바람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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