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 3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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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부터 시작된 기근은 6월 막바지에 이르자 더욱 극심해졌다. 가뭄과 염천같은 무더위로 열병까지 나돌고 사람의 자취가 끊긴 들판에는 붉은 땅뿐이었다. 제 고장을 등지고 떠도는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걸인이 되어 갓난아기를 버리는가 하면 어미와 자식이 서로 길을 잃어 울고불고하는 광경은 비일비재하였으며 이들로 인해 원주민들도 불안에 떨었다. 심지어 백성을 돌봐야할 고을 수령들은 역병과 난민들의 분노를 피해 아예 동헌을 비워버리기를 부지기수로 하였다. 
 
길산이네가 서흥을 비롯해 산천 등 지방 각처를 다니며 활빈을 하자, 해서 지방 곳곳에서 활빈당을 자처하는 장두령 무리에 대한 소문이 백성들 뿐만 아니라 관리들 사이에서도 났고, 몇몇 무관들을 통하여 구월산 깊숙이 숨어 있는 화적이 강길산의 무리라는 것이 알려졌다. 구월산의 마감동, 오만석을 위시한 일당들은 황해도 서남쪽 지방에, 자비령의 장길산 일당들은 동북지방의 관가에까지 나타났다. 이에 감영에서는 무관 여섯 사람을 뽑마 구월산을 탐지하고 장길산의 목을 쳐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관찰사 이세백은 장교 김식을 비롯한 여섯 명에게 구월산으로 가 길산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을 내리나 김식은 마감동의 칼에 죽고, 감동이 살려준 두 명의 장교가 후에 구월산 일당들에게는 가장 큰 후환거리로 남게 되었다. 
  
 






지역 유지인 늙은 양반에게 보쌈을 당한 누이를 구해내다가 살인을 저질러 졸지에 검계의 혈당이 된 산지니, 서사촌동생의 억울한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죄책감으로 자결하는 서씨 부인, 노비 없는 세상을 만들고자 혁명을 꿈꾸었던 복성, 사모하는 중인 여인이 양반 도령에게 버림받고 자결하자 신분제에 경멸감을 느끼고 홧김에 떠도는 말을 입에 담다가 졸지에 살주계의 혈당으로 몰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숙주 개천. <제3부>에서는 기근과 돈, 그리고 권력있는 자들에게 핍박을 받아 더는 견딜 수 없는 백성들의 울부짖음과 분노, 그리고 사람답게 살고자하는 그들의 몸부림이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평온하게 농사짓고 굶주림 없이 이웃들과 오손도손 나눠먹는 것이 소망의 전부인 사람들을 도적으로 만든 자들, 본인들이 도둑을 생산해 낸 장본인임을 알려고 하지 않는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사람들.
 
녹림당 무리가 양민이었다가 관리의 악덕과 탐욕으로 도적이 된 것이므로 덕이 있고 넉넉한 정사를 펴서 스스로 양민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이인하의 말을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돈만 있다면 중인에서 양반으로, 돈이 없다면 천민이 되어야 하는 세상, 권력자에 기생하며 자신과 같은 약자를 짓밟는 인간 군상. 그러니 먹고 살기 어려우면 누구든 장길산이 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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