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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완벽한 스파이 1~2 - 전2권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평점 :

소설은 희대의 사기꾼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평생에 걸쳐 누군가에게 속고 속이는 삶을 살아왔던 한 남자의 고백이다.
정치적으로 유력한 집안의 배경을 노리고 여자를 유혹해 결혼하고 부를 축적하기 위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거짓과 사기로 일관된 삶을 살아왔으며 자기를 위해서라면 연인과 아들까지도 배신을 일삼았던 아버지. 아버지가 어떠한 경로로 돈을 버는지 짐작하면서도 그 혜택을 자연스럽게 누렸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그 이상의 것을 숨기기 위해 사랑없이 위장결혼 했으며 친구를 위해 조국을 배신한 아들.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결국 그 역시 아버지의 삶의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방식이 매그너스를 얼머나 지치고 힘들게 했는지 그가 아들에게 독백하듯 남긴 말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들 톰에게 항상 자유를 언급했다는 사실은 그가 과거, 죄책감, 아버지 릭, 정부, 잭, 메리로부터(그리고 어쩌면 악셀까지도) 벗어나 홀가분한 인생을 바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톰에게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도망치라'고 한 말은 결국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었을까? 도망조차 치지 못했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아버지의 요란한 파티와 그의 친구들, 정부요원들, 그리고 위장과 형식에 불과한 친구들과 사교 모임.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늘 사람이 그리웠고 외로웠던 매그너스 핌에게 유일하게 안식이 되어주었던 이는 립시와 안가의 던버 부인 뿐이다. 그가 아무 연관이 없는 던버 부인을 남몰래 살뜰하게 보살핀 까닭은 그녀가 립시와 불행한 삶을 산 어머니 도러시에 대한 죄책감의 대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끝까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지만 아들 톰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던 매그너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설 곳곳에서는 톰 역시 매그너스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타난다.
자유와 평화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너무나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고 자유를 박탈한다. 자신들의 과정이 더 이상 '매그너스처럼 슬픈 친구가 다시는 나오지 않을 사회를 만들거'라는 악셀의 말이 과연 매그너스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은연 중에 생존을 빌미로 부정한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합리화하는 모습은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 모두에게 있다. 그래서 양쪽에 한 발씩 담그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매그너스를 향해 단호하게 손가락질을 하기 어렵다. 스파이 소설이라고 읽었는데 이토록 묵직하게 가슴을 누르다니.
인간성을 먹어치운다는 표현을 쓸 만큼 온전히 자신으로 살지 못했던 매그너스의 바람은 고작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마을에서 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매그너스가 선택한 마지막 방식을 이해하지 않으련다. 그러기에는 삶이 너무 비극적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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