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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간 세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평점 :
대기업 계열사 임원으로 정년 퇴직을 하는 예순다섯 살 다케와키 마사카즈는 송별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지하철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되어 집중치료실에 입원한다. 결벽증에 가까운 반듯함과 도덕성, 극립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 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임원까지 올라 정년퇴직을 맞이한 그는 누구봐도 엘리트 인생을 살아왔다. 사흘 동안 의식불명인 다케와키에게 산 자인지 죽은 자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방문자들이 차례대로 방문해 그를 지난 인생 한가운데로 안내하며 과거를 반추하고 위로한다.
출생부터 불행했고 어린 자식을 교통사고로 잃었으며 회사 생활에서도 본인의 과오가 아닌 주변 사람들로 인해 업무상의 문제도 따라다녔던, 한마디로 운이 없는 남자 다케와키 마사카즈. 자신의 불행을 노력으로 상쇄해나가듯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왔다. 넉넉한 연금으로 여유로운 노후를 코앞에 두고 쓰러져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정말 불행한 사람일까?
그의 인생은 1951년에 태어나 고도 경제 성장기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전투적으로 살아온 보통 사람의 삶의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시대 아버지는 열심히 돈을 벌어 오는 것으로 가장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고, 그러다보니 모든 생활의 패턴은 직장 중심이 되었다가 노년에 접어들 즈음이면 가족들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서 녹초가 되도록 일했건만 그 과정에서 가족이 상처받았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주인공은 사흘 동안 네 명의 방문자들과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짚어가며 전쟁 세대인 자신의 부모 세대를 이해하고, 다음 세대들에게 진정으로 물려줘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열심히 살았지만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이 흔적을 남기고 묻어두었던 상처들을 꺼내어 위로해 줄 때임을, 또한 슬픔이 그리움이 되어버린 아픔을 꺼내어 외면이 아닌 연민과 공감으로 보듬어 주어야함을 깨닫는다.
소설은 가족의 소중함과 지난 아픔에 대한 화해와 위무를 등장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통해서 따뜻하게 전달한다. 특히 마지막, 요람에 쌓여있는 아기였을 때 자신을 전철에 놓아두어야만 했던 어머니의 진심과 인연의 작은 반전은 순간 뭉클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말해 주자.
우리는, 그리고 여러분은 잘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 출판사 지원도서로써 지극히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