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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 - 특별합본호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황석영 선생의 작품은 어지간하면 거의 다 읽었지만 정작 최고의 작품이라고 불리는 <장길산>은 읽지 못했다. 당시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완독한 후 진이 빠져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까지 왔다.
대하소설인만큼 등장인물의 수나 면면이 만만치 않다. 인물마다 생동감이 넘치고 그들의 관계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 또한 놓칠 수 없다. 초반에 자주 등장하는 재인패들의 소리, 광대와 무당의 잡가, 서낭굿, 옥내에서 흘러나오는 서글픈 노래와 푸념들은 가슴에 깊게 들어온다. 한마디로 문장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
총 1001페이지인 합본호 1권은 대장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긴 여정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2권부터가 아닐까 싶다. 길산의 첫 번째 시련이라고 할 수 있는 감옥 생활은 결기만 가득했던 스물네 살의 청년이 비참하게 죽어가는 백성들의 피나는 사연을 알게 되고 자기가 얼마나 무력하고 어리석은가를 깨달으며 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의 시작이다.
소설에서는 이미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짚고 있다. 양반을 뒷배로 둔 상인들의 매점매석, 고위층부터 말단 관리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이어진 횡령과 비리와 부정부패, 신분을 사고파는 공명첩, 먹고 살 길이 막막해 농사짓는 양인이 제 발로 광대가 되고 돈이면 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무죄 방면되는 이 타락한 세상에서 제대로 한 판 놀아보자는 광대 길산의 몸짓은 이제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