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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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폰, 차임벨, 노커가 없는 현관문. 방문자들의 맨손 노크로 어떤 손님이 문 앞에 서 있는지 추측해내는 곳. 트릭을 간파하는 데 강점이 있는 도리는 불가능 전문, 동기와 이유를 탐색해내는 데 능력이 있는 히사메는 불가해 전문. 탐정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다. 
 
화단에서 제법 인정받고 있는 현대미술 화가 가스미가 히데오가 자신의 집 아틀리에에서 살해됐다. 아들 류야와 미술상 미쓰코시가 시신을 발견했을 당시 등에 칼이 꽂힌 채 방 한복판에 엎어져 있었고 옆에 이젤과 캔버스도 쓰려져 있었던 것으로 봐서 그림을 그리다가 습격당한 것으로 추측된다. 아틀리에 천장은 고정식이고, 문 말고는 다른 출입구는 없으며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밀실 살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아틀리에 벽에 걸린 가스미가의 풍경화 여섯 점을 전부 액자에서 꺼내 바닥에 내팽개쳤고, 그중 한 점은 온통 빨갛게 덧칠해 놓았다. 그리고 타살이라면 범인은 굳이 왜 아틀리에의 문을 잠근 것일까? 사건의 담당 경찰은 두 탐정이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는 우가치 기마리 경위다. 경위가 그들에게 할애한 시간은 단 10분. 그 안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멤버 네 명으로 구성된 극단 리더가 연습실로 사용하는 맨션의 욕실에서 속옷 차림으로 죽어 있었다. 피해자는 이십 대 초반 여성으로 사인은 교살, 가느다란 끈 모양의 물건으로 목을 졸렸고 짐을 포장하려다가 습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극단원 말고 나온 지문은 없었고, 남은 단원 세 명의 알리바이는 모호하다. 이 사건에서 '불가해'한 것은 범인이 시체의 머리카락을 잘라 현장에서 가져갔다는 것. 속옷 차림으로 눕혀진 시체, 짧아진 머리카락, 흐트러진 골판지 박스, 사라진 비닐 끈. 그때 도리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 이 사건은 동기가 아닌 트릭이었어! 
 
어쩐 일인지 영세 탐정사무소 노킹 온 록 도어에 사건 두 건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하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인 금고를 열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부가 늦은밤 자택 골목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는데 노인의 딸은 타살이라고 주장한다. 도리가 우가치 형사에게 부탁해서 받은 사건 현장의 사진에는 머리 옆부분에 상처가 난 노인이 엎드린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고 시체 오른쪽에는 지팡이가 떨어져 있었으며 그 옆에는 피가 엉겨 붙은 주먹 크기의 돌이 나뒹굴고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오전 2시였고 목격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으며 경찰이 집안을 수색한 바 혈흔이나 별다른 증거가 될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사고사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도리는 사진을 보고 타살임을 확신한다. 무엇 때문에?
 
대형 통신교육 회사 하나와 스쿨의 중역 유바시 진타로가 자택 서재에서 살해당했다. 우가치 경위의 협력 요청으로 사건 현장을 찾은 두 탐정. 우가치가 건넨 사진에는 총알이 심장에 명중해 즉사한 걸로 추정되는 피해자가 위를 보고 쓰러져 있었다. 스탠드와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총알이 날아온 곳은 집 밖 골목길. 유리창과 커튼을 관통한 각도와 시체의 위치에 위화감은 없었다. 그런데 살인범은 두꺼운 커튼 안쪽에 있어 보이지 않는 유바시를 어떻게 저격했을까? 더구나 부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제거 대상임을 알고 있어서 저격과 습격을 경계해 왔었기에 창문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단서는 방 안에 있다.
 
공터 한가운데에 보라색 옷차림을 한 남자가 쓰러져 있다. 남자의 아래쪽에는 공장 뒤편에서 그를 향해 발자국 한 줄이 뻗어 있다. 사망자는 머리가 희끗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며 체격이 작은 아저씨다. 몸을 웅크린 채로 시체의 팔 사이로 가슴에 박힌 식칼의 자루가 보인다. 식칼 자루에 지문은 없었으며, 쌓인 눈 표면은 남자 주변만 흐트러져 있고 그 위에 붉은 피가 옅게 배어 있다. 눈 밀실 사건이다. 사인은 가슴에 난 상처이고, 그 밖에 외상은 없으며 사망 추정 시간은 오후 11시에서 자정 사이로 추정된다. 눈이 그친 10시 이후에 살해당했다면 현장에 발자국이 한 줄 밖에 없다는 것은 범행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단서는 눈雪. 
 
고급 호텔 마도마쓰의 연회장에서 중진 의원이었던 도자마 간조가 개회사 도중 독살로 사망한다. 개회사 직전, 도자마가 집어 든 쟁반에 놓여 있던 샴페인 잔에서만 독극물이 검출됐다. 그 상황에서 연회장의 누구도 피해자에게 독이 든 술잔을 고르도록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일곱 개의 사건을 다룬 단편연작소설 형식으로 이루어진 <노킹 온 록트 도어>는 각 에피소드마다 화자를 교차해가며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소설을 읽을수록 재미있는 구성들이 눈에 보이는데 먼저 탐정 사무소의 식구들이다. 두 명의 탐정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무소에는 고등학생 구스리코가 가사 도우미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 세사람은 추리 게임을 일상의 놀이처럼 즐기는데, 이 모습은 <엘러리 퀸 시리즈>의 주나를 떠올리게 하고, 히사메가 처음 본 의뢰인 가족에게 직업과 취미를 맞추는 모습은 셜록 홈즈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밀실 살인, 눈 밀실, 금고 다이얼 등에서 알 수 있듯 소설은 무엇보다 추리에 가장 충실하다. 
 
모든 일은 보좌관이 알아서 해주고 정작 정치인이 하는 일이란 모델처럼 꾸미고 악수를 하는 일 뿐이라는 것,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인정받지 못한 분노를 극단적으로 해소하는 모습들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면들을 반영하고 있다. 
 
두 탐정에게는 친하게 지냈던 대학교 친구 두 명이 있었다. 그들 네 명 중 한 명은 범죄자를 붙잡는 직업을 택했고, 두 명은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직업을 택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범죄를 설계하는 직업을 택했다. 동일한 것을 추구하던 네 사람의 갈 길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은 소설보다 더 요지경 같은 씁쓸한 현실 세상을 추리로써 가볍고 깔끔하게 풀어놨다. 무거운 추리소설이 부담이 되는 독자들이라면 '노킹 온 록트 도어'를 노크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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