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일기 카프카 전집 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유선 외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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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부터 1923년까지 카프카의 일기를 완역한 책으로써 이십대 중반부터 사망하기 전까지 카프카가 직접 남긴 기록들을 읽을 수 있다. 총 열두 권과 여행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만 1909년의 기록은 일기보다는 습작이 대부분이다) 그의 긴 습작과 낙서처럼 써놓은 짧은 문장들, 그리고 일상에서 느꼈던 소소한 감정부터 관계에서 오는 갈등과 스스로 느끼는 문학적 한계 등 카프카의 깊은 고민과 사색들이 전해진다.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카프카는 프라하 독일계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스물네 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일반 보험회사를 거쳐 14년간 근로자 사고 보험국에서 근무했다. 유대계 독일인으로 자수성가한 가부장적 아버지가 카프카에게 갖는 기대로 인해 그는 단호하게 문학만을 고집할 수 없었고, 병색이 짙어진 1922년 전까지 직장생활과 갈수록 쇠락해가는 아버지의 사업까지 신경쓰며 글쓰기를 병행했다. 그의 일기를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간절하게 글만 쓰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작품에 만족하기 어려웠던 카프카는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과 더불어 자신의 재능에 의심을 품으며 허약한 신체에도 불고하고 선뜻 직장 생활을 그만두지 못한다. 어쩌면 가업을 잇고 강한 아들을 기대하는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방패 삼아 작가로서의 실패를 더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글쓰기를 위해 파혼까지 한 것을 보면 카프카가 문학을 대하는 감정이 어떠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카프카는 결혼을 함으로써 확장되는 관계와 그로인해 글쓰기에 받을 영향, 그리고 가장이 되면 직장을 영원히 그만둘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나 한편으로는 완전한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아내를 통해 가족과의 관계를 개선해 보고 싶은 마음이 혼재하면서 깊은 내적 갈등을 겪지만 결국 그는 글쓰기에 무게를 두어 두 번이나 파혼을 결정한다. 이렇듯 문학과 글쓰기는 카프카에게 있어 절대적인 존재였다. 
 
당시 제국의 제3도시에 해당했던 프라하는 독일어를 사용했는데, 주류사회에서 사용하는 독일어가 아닌 소수언어로써 독일어를 사용했다. 카프카는 서부 유대인으로서 유럽에 동화된 즉 자신들을 '유대인'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유럽의 제국 시민으로 인식한 유대인 집단에서 성장했다. 이후 시오니스트인 막스 브로트와 교류하면서 민족성에 대해 각성하면서 그에 따라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그의 작품에서 꾸준하게 비쳐진다. 어린시절 유대인이라는 민족적 정서를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온전한 유럽인으로도, 유대인으로도 소속감을 가지지 못했던 카프카는 핍박받는 유대 민족에서 가족 구성원과 직장 구성원으로서 아웃사이더 입장인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에 동질감을 느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을 쓰는 카프카와 보험국에서 근무하는 법률 자문인 카프카, 유대인 카프카와 유럽인 카프카. 지금이라면 고민할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군소 전쟁과 1차대전을 배경으로 남성성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유약하고 예민하며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핍박받는 민족성까지 깨달으면서 느꼈을 혼란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아버지와의 관계가 나빴던만큼 카프카는 가족 안에서 안정을 느끼지 못했음을 일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가족 내 누구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약한 체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느끼는 것도 부족해 정서적 지지도 받지 못했던 카프카의 고독과 외로움이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카프카가 시오니스트 막스에게 영향을 받고, 민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꼈던 이유는 가족 내에서 안정된 관계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시절부터 긍정적 관계에 대한 경험의 부재와 두려움으로 대상화된 아버지 상이 그에게 몇 번의 파혼을 감행하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굳이 일기가 아니더라도 카프카의 작품에는 유독 아버지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들은 주인공에게 결정적, 그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변신> <선고> 등 수많은 작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이들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기에는 친구 막스를 자신보다 더 사랑한다는 표현을 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눈에 띈다. 개인적인 짐작이지만 카프카와는 다르게 결혼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는 막스에게서 질투와 더불어 대리만족을 느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카프카가 보험국 법률자문으로 일하면서 주로 상대하는 이들은 하층민이었다. 열악한 조건과 차별 속에서 인격적 모욕을 견뎌내며 도덕적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지만 빈부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다른 의미에서 소수자였던 카프카는 이들에게 깊이 이입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일기에서는 보통의 20대가 느꼈을 젊음의 활기도 적게나마 느껴진다. 친구와 여행을 하고, 음악을 즐기고, 이성에게 호기심을 가진 그의 글에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고뇌를 잠시나마 내려놓는 모습은 독자인 나조차도 안도하게 한다. 신뢰했던 펠리체 바우어와 두 번의 파혼, 율리에 보리첵과 약혼 후 1년 만에 또 파혼, 꽤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빠져든 열여덟 소녀와의 사랑, 기혼녀 밀레나와의 교감, 그리고 도라 디아만트와의 짧은 동거. 자신의 일기를 막스가 아닌 밀레나에게 넘기고, 도라 디아만트에게는 아직 출판되지 않은 모든 작품을 불태우라고 한 카프카. 
 
일기를 읽다보면 그의 작품 세계가 이토록 난해한 까닭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1913년 5월 24일의 일기에는 아버지 앞에서 <화부>를 낭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전의 내용들을 떠올려보면 아버지가 카프카의 작품 낭독을 들었다는 것과 아버지를 그토록 두려워하면서도 그 앞에서 자신의 작품을 낭독했다는 사실은 의외다. 어쩌면 카프카는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몰입하고 싶었던 것 이상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아버지는 아들이 사업보다는 문학에 더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더 못마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1년 내내 옆에 끼고 읽어야 할 책을 보름만에 읽어 스스로 아쉽다. 한동안은 책장에들어가지 못하고 책상 한 켠에 자리해 수시로 들춰볼 것 같다. 그의 깊은 고뇌와 사색과 더불어 이번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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