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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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서른아홉 살 유명작가 플로라 콘웨이의 세 살 난 딸 캐리가 2010년 4월 12일에 아파트 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도중에 실종됐다. 플로라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CCTV를 확인한 결과 경찰은 플로라를 캐리 실종의 용의자로 의심한다.

캐리의 실종 사건은 사회면의 가십 거리가 되었고, 플로라의 집이 있는 랭카스터 빌딩 아래에는 기자들이 장신진을 치고 있었다. 언론의 무차별한 의혹 제기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악의적인 기사, 네티즌들이 수사대가 되어 유포하는 가설들은 잔인하고 가혹했다. 여러 의혹들이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캐리의 실종은 저열한 사이비 저널리스트들에게는 오락거리에 불과했고, 메이저 언론사들에게는 상업적인 이익일 뿐이었다. 거기에 플로라의 작품을 출판하는 데에 있어 동반자와도 같은 팡틴은 캐리를 잃은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해야 한다고 부추기며 플로라에게 만년필 한 자루를 선물한다. 던힐 나미키 만년필이었다.

팡틴이 다녀간 다음날, 캐리의 수사를 담당하는 루텔리 형사가 찾아와 팡틴이 찾아간 <더 라이터 숍>이라는 상점의 특색을 말하며 팡틴이 상점으로부터 건네받은 상품 목록을 보여준다. 목록에는 팡틴이 선물한 만년필 ㅡ 버지니아 울프가 실제로 <올랜도>를 집필했을 당시 사용한 펜, 그리고 첨부된 마술 잉크 ㅡ 뿐만 아니라 유명 작가의 각종 물품과 플로라의 딸 캐리가 신던 실내화까지 있었다. 가게 주인 웨이탄 보가트는 사기꾼임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 사이 플로라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팡틴이 놓고 간 잉크로 글을 쓰면, 눈앞에 글대로 나타났다가 꿈에서 깨듯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때마침 루텔리 형사가 분석을 의뢰하기 위해 가져갔던 만년필의 잉크에서 피가 검출되었으며 그 피가 캐리의 혈액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플로라에게 전한다.

루텔리 형사의 말에 온몸이 찢기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던 플로라는 문득, 현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사전에 이미 쓰여져 있다는, 누군가가 자신을 제어하고 있다는, 그리고 자신의 집에 유폐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플로라는 조종당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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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민에게 한눈에 반해 결혼했지만 그녀가 유리하게 이혼을 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조작한 증거물로 인해 가정폭력 가해자가 되어 파경을 맞고 양육권까지 빼앗긴 소설가 로맹 오조르스키. 그는 함께 일하는 편집자 재스퍼와 정진과 의사 라파엘의 조언대로 픽션과 현실의 세계를 구분하고자 현재 집필 중인 소설에 직접 등장하기로 한다. 로맹은 픽션 속 뉴욕으로 뛰어들었고, 또 다른 그는 파리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소설 속 플로라를 만나고 온 후 양육권 문제를 담판 짓겠다고 작정한 로맹은 알민을 찾아간다. 조만간 애인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미국의 생태 오두막에 들어가 살겠다는 알민에게 아들 테오를 두고 가라고 설득하지만 소득이 없자 로맹은 문득 플로라를 떠올리며 다시 픽션 속 뉴욕으로 향한다. 그런데 플로라는 로맹을 불러들이기 위해 자살 소동을 부려 병원에 입원해 있는 중이었다. 그녀와 아이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 알민으로부터 전화가 오고 잠에서 깨어나듯 알민을 찾아나선 로맹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보트에 쓰러져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이대로 놔두면 알민은 사망한다. 순간 로맹의 머릿속에는 양육권 문제가 스쳐가고 이를 기회삼아 차로 돌아와 보니 플로라가 앉아 있다. 소설 속에 있어야 할 그녀가 어떻게 현실 세계 속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일까? 플로라가 자신에게 알민을 구하라고 재촉하자 갈등하던 로맹은 선택을 그녀에게 던진다. 로맹이 알민을 방치하고 떠나게 놔두면 캐리를 되찾게 될 것이고, 반대로 알민을 구하기 위해 구급차를 부를 경우 캐리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플로라는 어떤 선택을 할까? 플로라에게 이러한 악의적인 선택지를 던져준 로맹에 의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그리고 캐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소설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플로라 콘웨이와 그녀가 쓴 소설의 실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설정들이 낯설지 않다. 열아홉 권의 소설을 발표하고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로맹 오조르스키는 기욤 뮈소, 작가 본인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름에서 전달되는 것처럼 로맹은 한 사람에게 두 번 수여하지 않는다는 콩쿠르 상을 가명으로 두 번 수상한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를 연상시킨다. 이렇듯 소설에서는 우리가 오랫동안 만나왔던 작가들과 작품들이 사이사이 등장하기도 하고 연상되기도 한다. 픽션 세계와 현실 세계의 인물이 서로의 공간을 오가며 존재한다는 판타지적 요소는 작가의 기존 작품에서도 보아왔던 장치들이라 익숙하다. 워낙 독특한 구성을 해왔던 작가이니만큼 스냅 사진처럼 엮여진 장치들이 꽤 익숙하다.

이 소설이 정작 흥미로웠던 부분은 등장인물의 정서적인 부분이었다.

로맹과 로맹이 창조해 낸 인물 플로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배우자는 양육에 관심이 없고, 어떤 형태로든 아이와 이별하며, 편집자에게 소설을 쓰라고 재촉 당한다. 무엇보다 SNS와 상업적 이익과 자극적인 가십에 집중하는 매체들에게 폭력적으로 시달린다. 그와중에 로맹이 플로라를 찾아가 그녀의 작품을 지독하게 혹평하는데, 결과적으로 플로라가 소설 속에서 쓴 작품도 따지고 보면 로맹 본인이 쓴 글이지 않은가. 결국 자신을 등장인물에게 투영함으로써 스스로 갖는 작가적 한계와 작가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민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 사람이 감정을 공유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소설 전체에는 작가가 갖는 여러 고민들이 눈에 띈다. 직업상 미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되어야 하는 고통, 마감에 맞춰 글을 써야하는 강요와 창작의 고뇌, 그리고 자신의 작품 안에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책임지어야 하는 압박 등 작가가 짊어져야하는 무게가 느껴진다.

픽션 세계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플로라처럼, 그리고 현실과 픽션의 모호한 경계에서 혼란스러워했던 로맹처럼, 우리는 수시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운명의 고약한 장난질을 버텨내며 견디는 것이삶을 지속시키기 위함이 아니면 무엇이랴. 삶으로 돌아오려는 선택의 매순간들이 곧 인생이고, 소설이지 않겠는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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