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강요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깊이에의 강요]
소묘가 뛰어난 젊은 여성 예술가가 있다. 여인이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여인은 그 논평을 곧 잊었는데, 이틀 후 그 평론가의 비평이 신문에 실렸다. 그때부터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녀에게 재능은 있으나 깊이가 없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 이제 본인 스스로조차 자신의 작품에는 깊이가 없다고 단정한 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약물 중독, 절망과 좌절에 빠져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초기작부터 그녀의 분열 증세가 나타났다고 평하며 비로소 열정과 깊이에 대한 극찬을 한다. 결국 여인은 작품이 아닌 그녀의 삶으로 깊이를 증명한 셈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많은 부분을 타인의 평가에 의존한다.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의 한마디가 자기의 의견인 양 보태고 더해져 여론이 되어 누군가를 휘둘거나 자신이 휘둘리기도 한다. 여인의 죽음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자들은 누구일까?




[장인 뮈사르의 유언]
제네바에서 태어난 장자크 뮈사르는 일찍이 굼세공사에게 도제 수업을 받으면서 그 재능을 인정받아 20여년 동안 실력과 이력을 쌓아가며 궁중 보석 세공사로 임명되기까지 자수성가했다. 고위층과의 교분을 위해 학문, 문학, 예술과 라틴어까지 깊은 지식을 습득한 그는 쉰다섯 살에 은퇴해 파리를 떠나 파시 근교에서 저택을 짓고 한가로운 생활을 하던 중 정원을 관리하다가 조개 암석을 발견한다. 광범위하게 땅을 파나가면서 뮈사르는 지구가 조개 성분으로 뒤덮혀 있으며 지구가 조개화 되어 간다는 결론을 내린다. 


62.
모든 생명을 속박하고 모든 것의 종말을 가져오는 힘, 자신이 전능하고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표시로 조개화를 강요하고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최고의 의지는 거대한 원형 조개에서 나온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유연하고 열린 사고보다는 딱딱하게 석화되어 가는 조개처럼 규정과 틀에 갇힌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싶다. 




[문학의 건망증]
쥐스킨트의 문학과 독서가 삶에 미치는 영향의 단상을 써내려간 짧은 에세이.
우리는 망각이라는 선물이 덕분에 읽은 책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소감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우리는 독서를 하는 과정 안에서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만큼 서서히 변화를 겪는다. 그 순간의 체험이 쌓여 삶을 변화시킬거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