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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평점 :
경시청 수사 1과에서 미해결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다가와 신이치는 과장 미야타 지로의 지시로 2년 전 나카노 역 앞 선술집 강도 살인 사건을 맡게 된다. 술집 '구라타야'에서 검은색 복면과 옷으로 뒤덮어 외모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범인이 휘두르는 회칼에 의해 두 명이 살해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당시 31세 수의사 아카마 유야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 45세 니시노 마모루. 확인된 내용과 단서라고는 외국인에 의한 강도 살인, 현장 부근의 골목에서 대량의 피가 묻은 복면을 발견했으나 지문 검출은 실패, 도쿄에서 다발했던 외국인 절도단으로 상정하고 수사를 개시했지만 미제 사건으로 남아 다가와 신이치의 손에 떨어졌다.
형사 이케모토와 사건 현장인 술집 '구라타야'로 다시 가서 사건 당시를 재현한 다가와는 우연찮게 선술집 '스낵엔젤'의 마담 나쓰요를 통해서 범인의 도주 경로와 공범이 있었음을 찾아낸다. 그런데 이 사건 수상하다. 우발적 강도 살해 사건이라고 여겼었는데 의도가 다분한 계획적 살인 사건 냄새가 난다. 그럼에도 2년 전 당시에는 기본적인 탐문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수사 지휘관은 현 경시청 이사관 야지마, 수사 미비를 거론하기에도 성가신 상황이다. 더구나 재수사를 지시한 미야타 과장과 야지마 이사관의 관계는 껄끄럽고, 조직도상 야지마는 다가와의 직속상관이다. 그러나 사건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고 목격자가 나온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다가와는 피해자의 신변 조사를 시작한다.
범인을 기다렸다 태우고 도주한 차량 조회와 피해자 니시마의 본가를 탐문한 결과, 차량 소유주는 롯폰기의 고급 클럽 마담인 아베 사나에로 확인됐고 그녀는 당시 소유했던 차량을 처분했다고 했지만 조사한 바 폐차처리 되었다.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 그리고 니시마의 어머니로부터 얻은 수확은 니시마가 죽기 전날 전화로 자주 먹었던 '곱창조림'을 더이상 사먹지 말라는 당부와 장례식장에 찾아온 육가공 업체의 대표 핫타의 명함이다. 육가공 식품 업체의 대표가 산업폐기물 처리업자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장례식장을 방문한 것일까?
다가와는 또다른 피해자 아카마의 본가와 그가 독립해서 기거했던 센다이의 주변을 탐색한 결과 아카마가 죽은 후 집에 빈집털이범이 그의 업무용 노트북 두 대를 훔쳐갔고, 그의 연인으로부터 보관하고 있던 아카마의 수첩을 받는다. 또한 니시마와 아카마의 사건과 관련된 현장에 의문의 남성이 배회했던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아카마가 업무상 자주 드나들었던 축산농장주인 마스부치의 태도도 미심쩍다.
한편 인터넷 미디어 <비즈투데이>기자 쓰루타는 옥스마트를 표적 취재하는 중이다. 옥스마트는 전형적인 박리다매 구조이기 때문에 초대형 쇼핑 센터를 짓고 유명 임대 매장을 유치하여 임대료 그리고 매상에 상응하는 로열티와 마진으로 수익을 거두는 영업 전락을 쓰고 있다. 집중적인 물량 공세로 치킨 게임을 거듭하며 경쟁 업체를 처내는 방식은 가차없다. 이로인한 피해는 점주들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 이에 관련한 기사를 업로드 하고 얼마 후 사무실로 옥스마트가 미야기 현에 대규모 쇼핑센터를 건설하는 데에 있어 미트박스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쓰루타는 그와 관련한 자료를 받기 위해 제보자를 만나는데 그는 전 미트박스의 공장 생산관리과장 고마쓰 다카시다.
고마스 다카시의 제보에 의하면 미트박스는 노폐우의 저질육과 탈지대두를 원료로 한 대체육, 내장, 혈액에 각종 식품첨가물과 약품을 섞어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첨가물은 기본적으로 관련 기관의 기준을 통과한 것을 쓰고 동물 실험을 거쳐 발암이나 독성 시험에 이상은 없었지만,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대량으로 혼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 걸레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다가와가 옥스마트와 미트박스를 조사하기 시작한 후 사건이 점점 구체화되어지자 경찰 내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에 옥스마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다가와는 쓰루타의 기사를 접하게 된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불려나와 살해된 두 사람, 아카마와 니시마의 접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단서들, '역수', '곱창조림', '고급여관', 아카마의 수첩에 적힌 암호같은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비틀거리는 소>는 식품 위조와 대형 유통산업에 의한 폐해를 굵직한 소재로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다.
대형 유통회사인 옥스마트는 '독점 금지법', '부당염가판매 규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부동산 투기, 언론과 정치인 매수, 조직폭력배를 동원한 협박 등 규제와 법을 교묘하게 위반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문어발식 자회사(계열사) 늘리기와 저가경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대형 소핑센타와 프렌차이즈들이 대거 입점하여 지역 상권의 소상인들을 몰락시키면서 생계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이는 단순히 상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대형 쇼핑센타가 건설 예정인 지역의 자방자치단체는 상하수도 및 도로 등 인프라에 선투자한다. 쇼핑센타가 오픈해 막대한 물량으로 저가 경쟁에 돌입하면 주변 상점은 줄줄이 문을 닫으며 초토화된다. 프렌차이즈 중심의 소비 구조, 주차장과 인접 도로로 인한 인간 중심보다는 자동차 중심의 지역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러다가 높은 마진율을 감당 못하는 입점주들이 매장에서 철수하고 결과적으로 기대한 이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쇼핑센타는 폐점한다. 폐허가 된 거대한 쇼핑센타는 매각이 어려워 방치 상태가 되고 지역 상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쇼핑 난민이 생겨나는 웃지 못할 사회현상이 발생한다. 여기에는 시청자와 구독자를 상품으로 수익을 내는 대형 언론사도 한 몫한다.
당장 우리 동네를 살펴봐도 수많은 상가에서 동네 상점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빵집, 아이스크림, 떡볶이 전문점, 분식집, 치킨 집 등 온통 프렌차이즈 간판으로 도배되어 있다. 소비자에게는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기회가 없다. 기업이 내놓은 맛과 기호에 소비자가 맞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 언젠가 한 번은 와본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기분은 해가 바뀔수록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시골이 아니라면 어느 도시나 같은 프렌차이즈, 대형 쇼핑몰이 장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광객 유치를 의식한 테마 도시를 제외하면 그 지역만의 독특한 향기와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소설에서 표현하는 미트박스의 음식은 과연 사람이 먹을 수 있기는 할까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수시로 구매하는 햄을 비롯한 육가공 식품의 포장재에 표기된 내용을 살펴보면 정확이 어느 부위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표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함유율이 얼마나 되는지도 표기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소설에서 고마쓰는 미트박스에서 제조하는 상품을 식품이 아닌 공업품이라고 단정한다. 말끔하게 다듬어 진공포장 상태로 며칠동안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채소들과 우리가 아무 의심없이 먹고 있는 간편식들은 과연 안전할까?
소설을 읽다보면 시중 마트에 쏟아져 나오는 간편식들과 반조리식을 납품받아 영업을 하는 프렌차이즈 식당들의 음식들을 더이상 먹을 수없을 것 같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비를 할 것이다. 예전에 모 패스트푸드 음식이 심각한 논란이 되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꾸준히 영업을 하고 있듯 말이다. 질낮은 가공식품이 마치 트렌드인 양,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라는 말을 외치며. 물론 대형 마트의 폭탄 세일과 값이 싸고 편리한 반조리 식품들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폭탄 세일에 사들인 물품을 온전히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지, 음식을 조리하고 맛을 보는 감각적인 기쁨을 놓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동네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이 소비문화가 아닌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지를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식빵맛이 최고인 작은 빵집, 로스터 마스터 아저씨가 볶아주는 커피 원두 가게(지나다니면서 한 잔씩 얻어 마시기도 했던), 조금 비싸지만 신선함에서는 따라가지 못할 과일 가게 등 단골 가게들이 몇 해 전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닫았고, 현재 남은 단골이라고는 정육점 뿐이다. 종종 동네를 걷다가 새로 생긴 옷가게나 도너츠 가게(여기는 꽈배기가 일품이다), 통닭 집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장사가 될까?'라고 혼자 물음표를 찍는다. 주변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마트와 프렌차이즈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부디 그들이 건승하기를 기원한다.
소설의 결말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독자는 더 씁쓸해진다.
"대형 쇼핑몰에 갈 때면 마음이 풍족해진 듯한 착각에 빠져 있었어. 실상은 대기업에 좋을 대로 돈을 뜯기고, 연출된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건데도 말이야. 이 상점가처럼제 분수에 맞게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게 제일 아닐까?"
♤ 도서를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