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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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8일 평온한 일요일 오전, 사이타마현 고나가와의 시티가든 쇼핑몰 스완에서 11시부터 정오까지 1시간 동안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오타케 야스카즈와 니와 유키즈로 범행 후 자살했다.  

스물한 명의 사망자를 낸 잔혹한 사건, 그중 스카이라운지에서 유일하게 부상없이 살아남은 열일곱 살 소녀 이즈미. 사건 당시 같은 장소에서 한쪽 눈에 총을 맞고 실명한 이즈미의 동급생 고즈에에 의해 이즈미가 살인마 니와 유키즈의 지시대로 다음 살해 대상을 선택했다는 게 폭로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그녀에게 꽂힌다.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0월 어느날, 이즈미는 법률 사무소 변호사 도쿠시타 소헤이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모임 장소로 나간다. 그곳에는 '스완' 사건 당일 총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다섯 명이 자리하고 있다. 이 모임은 그날 사망한 노부인 요시무라 기쿠노 씨의 아들 요시무라 히데키가 주최하며 변호사 도쿠시타에게 의뢰한 것으로써 어머니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모임을 수락한 다섯 명에게는 기본적인 수수료와 진실을 밝힐 때 마다 보너스가 지급된다.  

피해자에서 한순간에 악인이 되어버린 이즈미, 모임 첫날부터 묵비권을 행사하며 모인 사람들을 조롱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하타노, 정의감에 불타는 노인 호사카, 알고 있는 사실을 정확히 말하지 않고 얼버무리는 중년 여성 이쿠타, 그리고 무엇인가에 쫓기듯 불안해 보이며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도산.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503.
너도 마찬가지였어! 살기 위해 남을 방패막이로 삼는 녀석이었어! 내가 즐기려고 사람들을 죽인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그래. 꼭 너만 그런 건 아니야. 모두 자신만 생각하며 기회와 능력, 필요만 있으면 남을 죽이지. 타인 따위 벌레처럼 짓밟지. 그래. 그게 바로 이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야. 부끄러할 필요 없어. 네가 옳아. 1밀리미터도 의심할 것 없이 옳아.

죽기 직전, 니와 유즈키의 외침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전작 <도덕의 시간>에서 독자를 도덕적 딜레마에 빠트렸던 오승호 작가가 이번에는 신작 <스완>을 통해서 선과 악의 부조리에 대해 묻는다.  

이 소설에서 진정한 악인은 누구이며 의인은 누구일까?

각자의 눈앞에 총부리가 정조준 되어 있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앞다투어 도망간다. 그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목숨을 담보로 한 선택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여론과 언론은 역지사지와 이해가 없는, 결과만으로 비난을 쏟아낸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어야 옳았을까? 애당초 악인은 사건의 범인들이다. 그러나 악을 비난하는 화살은 자살한 범죄자가 아닌 그저 봉급생활자일 뿐인 경비원들과 기적적으로 생존한 이즈미에게로 향한다. 살아있다는 것이 죄인가? 사람들은 스물한 명이 사망한 사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을 쏟아내야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다.

우리는 악이 존재함으로써 선이 증명되는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정의와 선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하며 입을 모아 이즈미를 비난하지만, 과연 세상은 선의에 동조할까?

사실 우리는 선의보다 악의에 더 관심이 많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뉴스에는 선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다. 세상에 선의가 없어서일까? 그건 사람들이 악의에 더 열광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고즈에와 이즈미는 주인공 오데트가 아닌 훅조 오딜을 서로 연기하겠다고 경쟁한다. 순결한 사랑을 상징하는 오데트는 오딜이 있기에 빛날 수 있다. 세상은 허구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악마와 천사처럼 흑과 백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 같은 상황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선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의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타인에 대한 허물에 대해서 함부로 손가락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우리가 가능한한 악의를 누르고 선의를 선택하며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주변에 있는 이들의 모습이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비난 이전에 그 고통을 서로가 이해하고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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