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벨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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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은 약속대로 웬디를 데리러 오고 그녀의 부탁으로 두 동생과 달링가에 입양된 소년들과 함께 네버랜드로 향한다. 하늘을 날던 중 식사감으로 구해온 고깃덩어리는 말하는 도마뱀 빌. 빌을 죽이겠다는 피터를 만류한 웬디 덕분에 목숨을 구한 빌은 그들과 함께 동행한다. 피터의 가장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었기 대문에 웬디가 네버랜드로 오는 것을 마뜩치 않아 했던 팅커벨이 아이들이 모두 인어 만에 나간 사이에 누군가로부터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범인을 찾아달라는 웬디의 부탁에 피터는 그때부터 살인면허증을 받은 것인 양 무차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추적 끝에 팅커벨이 죽기 직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음이 확인되고 네버랜드 아이들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를 피터 팬으로 지목하지만 그의 난폭함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한다.


한편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이모리. 예지몽을 꾸는 그는 자신이 네버랜드에서 존재하는 도마뱀 빌의 아바타라임을 깨닫고, 네버랜드 세계에서 무참히 살인이 벌어지는 것과 맞춰 동창생들에게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사망하자 아바타라가 자신만이 아님을 알게되고 피터의 살인 행각을 막기 위해 팅커벨을 살해한 범인을 찾고자 고군분투한다. 각각 누구의 아바타라인지 알아야 문제를 해결해 나갈텐데 다들 아바타라로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도대체 누가 피터팬이며, 누가 웬디일까? 무엇보다 당시 담임이었던 후쿠가 가장 미심쩍다. 그는 후크 선장일까, 그렇다면 후크 선장이 살아있다는 말인가? 이전에는 없었다던 폭설에 의한 고립과 통신 장비의 불통, 미심쩍은 여관 안주인, 쏟아져 나오는 시체들, 그리고 네버랜드에서 일어난 화재에 맞춰 발생하는 눈사태. 그들은 무사히 여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네버랜드의 여왕 요정 마브는 빌에게 그의 아바타라 이모리와 협동 수사할 것을 충고하고, 쌍둥이를 언급하면서 웬디로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를 던져준다. 그 와중에 적대 관계였던 해적들과 웬디를 질투하는 붉은 피부족 타이거 릴리로 인해 다툼과 혼란은 가중되고 결국 아이들의 지하 기지가 붉은 피부족이 놓은 불길에 휩싸이면서 두 쌍둥이 형제들 중 한 명이 사망한다. 울분을 토하며 앞으로 나서는 한 아이. 드디어 팅커벨의 범인이 스스로 자신을 드러냈다!


그가 그토록 웬디를 미워하고 팅커벨을 죽인 까닭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피터 팬은 없다. 상식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납득이 안될 정도로 무지하다. 소시오패스가 아닐까싶을 만큼 양심이나 죄책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인지, 공감 능력 그 어느 것도 없다. 그저 내키는대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른다. 그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몸은 열두어 살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피터 팬이 태어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죽은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피터 팬은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경험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그래서 사랑, 우정, 관계, 이해, 공감, 고통, 절망, 질투, 분노, 희열 등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어야할 다양한 감정을 알지 못한 채 무지와 허상의 낙원에 갇혀 버린 불쌍한 존재다. 그가 네버랜드에서 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 팬은 개인마다 굳이 이름이 필요하고 개성이 존중 받아야함을 모르며 오로지 생사를 이분법적으로만 결정한다. 그래서 그의 살인 행각에 분노하다가도 결말에 가서는 측은하게 여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네버랜드의 피터 팬이 인간 세계에는 없을까?


소설에서 인간 세계의 대표 악인은 후쿠 선생이다. 그는 아동성애자로 선생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학급의 아이들을 지능적으로 성폭행 했다. 그 사실이 들통나자 네버랜드 아바타라로서 본체가 죽기 전 아바타라가 먼저 죽으면 상황이 초기화되는 것을 이용하여 도망을 치지만, 결국 시간의 루프에 갇히면서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후쿠가 빠진 시간의 루프에서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수많은 강력 범죄 사례가 화면을 채운다. 아동 학대, 학원 폭력, 납치, 살인, 강간 등 유사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뿐인가. 살벌한 경쟁 사회에서 내가 살기 위해 동료를 밟고 올라서야 하고, 더 큰 내 밥그릇을 꽉꽉 채우기 위해 남이야 죽든 말든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나만 아니면 돼? 언제까지 '나만' 아닐 것 같은가!


사람들은 점점 무감각해진다. 어느새 이토록 잔혹한 시간의 루프 안에 걸려들었음에도 자각조차 못하는, 혹은 외면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소설 속 피터 팬이 잔혹한가?

그는 무지라는 변명이라도 할 수 있다. 정점을 치닫는 문명 세계에서 최고의 지적 수준을 구가하는 현대인들은 어떠한 변명을 하려는가.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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