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0 봄.여름 특별호 - 67호
한국추리작가협회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이 느끼는 통각 중 가장 높은 순위에 랭크된 참을 수 없는 고통. 열기로 피부와 근육의 수분을 빼앗아 수축시키고 서로 엉겨붙어 전신을 찌르는 작열감을 주는 화상의 고통이다. (본문 중에서) 



오랜만에 휴일 비번인 일요일, 한가롭게 육아와 낮잠에 매진 중인 동남경찰서 강력반 오영섭 형사. 밖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을 알고 신분증을 챙겨 화재 현장인 103동 510호로 향한다.


현관문 열쇠 두 개는 모두 잠겨 있었고, 각 방문의 열쇠는  똑딱이로 안에서 잠금단추를 누른 채로 문을 닫았으며 창문 또한 잠금 상태였고, 5층 높이라 외부로 드나들기는 불가하다. 완벽한 밀실 상태에서 발생한 화재다.


피해자는 집주인 33세 여성 김은경이다. 정황상 자살인데 오형사는 몇 가지 거슬리는 부분이 있다. 사망자가 하필이면 자살 방법 중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을 택한 것과 발견 당시의 위치와 자세다. 


CCTV 확인 결과 화재 신고가 있기 전 103동을 드나든 외부인은 아파트 단지 담당 택배 기사와 사망사의 남자 친구 조기정 뿐이다. 이 화재 사고가 단순 자살이 아닌 살인 사건이라면 용의자는 외부인 두 명과 입주민들이다. 택배 기사와 조기정을 비롯해 주변 탐문 수사를 시작한 오영섭과 우성. 탐문 결과 평소 조정기와 김은경은 골초였고 두 사람은 안팎에서 다툼이 잦았으며 결별 직후 였다. 연인과의 이별에 대한 충격으로 인한 자살에 더 무게가 실리지만 오영섭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세대 방문 당시 이웃 주민들은 김은경에게 모두 비호의적이었고, 대부분 그녀의 흡연 때문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화재 신고자 509호 남자는 오래된 아파트의 특성상 방음이 안되기 때문에 사망자가 남자친구와 다투면서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한다. 아래층 410호는 김은경이 골초였던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화재 장소인 510호의 반대편 끝집에 사는 506호의 입주민은 510호에 들어가는 175센티마터 정도 키의 남성을 목격한다. 위층 610호 남자는 김은경이 남자친구와 자주 다투는 모습을 목격한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또한 탐문 과정에서 화재 직전 김은경과 조기정이 심하게 다투었다는 제보도 나온다. 그리고 사망자 김은경에게서 나온 결정적 증거! 이들 중 범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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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덕질 리뷰어에서 작가로 입문해 신인상까지 거마쥔 홍정기 작가의 <백색살의>가 궁금했다.


소설은 공동주택이라는 말이 무색하도록 소통과 배려가 부재한 아파트 문화를 소재로 한다. 현관문만 닫으면 안에서는 어떠한 일이 생겨도 밖에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주택구조 아파트.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으로 이웃과는 단절하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이웃에 대한 이해와 배려없이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일방적 소통에 대한 문제를 되짚어보게 한다. 여전히 가장 큰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너무 일반화되어버린 공동주택 입주민 간의 갈등 문제를 허투로 보지 않은 점이 좋았다.


장르문학 덕후에서 이야기를 만드는 이가 된 홍정기 작가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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