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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귀환 - 누구나 아는, 그러나 아무도 모르는
제이슨 바커 지음, 이지원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7월
평점 :
코뮌은 그대들을 의지하니, 그대들은 코뮌을 의지하라.
(파리 민중과 국민방위대에 고함)
카를 마르크스의 생애와 자본론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이 소설에는 우리가 읽은 그 자본론의 어려움이 1도 없음과 마르크스의 허당기 충만한 코미디 요소가 가득한 소설임을 밝혀둔다.
소설에 나오는 마르크스는 우리가 아는 위대한 사상가의 모습이 아니다. 한 가지 생각에 빠지면 주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깜박하기 일쑤고, 가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책을 쓰면서 주변에 사회주의 운동을 함께 하는 동지들에게도 몽상가라는 독설을 들으며 외면 받는다. 어디 그뿐인가.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하는 쓸데없는 지식만 머리 속에 가득하다는 가정부의 구박까지 고스란히 들으며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가장이기에 제대로 화도 내지 못한다.
소설은 독일과 프랑스에서 혁명이 모두 좌절된 마르크스가 영국 런던으로 이주해 살게 된 1849년 11월부터 시작한다. 집세도 내지 못하는 형편에 귀족 집안 출신인 아내는 한가롭게 체스를 두고 아이들 음악 교육에 열을 올리며 젊고 부유한 장교와 일탈을 즐긴다. 얼마 안되는 가진 것들을 저당 잡히고, 두 아들은 병들어 죽어가지만 마르크스는 절친 엥겔스에게 손을 벌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영국에서 무국적자로 죽는 순간까지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마르크스의 하루하루는 비루함을 견디며 생존을 위한 투쟁과 절대 놓칠 수 없었던 <자본>의 집필과 사상이 전부였다.
이 소설의 반전은 위와 같은 내용을 전혀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해학과 유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엉뚱하고 어디 한 군데 나사가 살짝 헐거워진 듯 보이는 마르크스와 그러한 마르크스를 향해 팩폭을 날리며 쥐잡듯 잡는 가정부, 세상 걱정 없어 보이는 해맑은 그의 아내 예나 등 한 편의 사회파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노동의 분업, 소외된 노동의 민주적인 요구, 자본주의의 헛점, 자기주도적 노동 등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및 악순환에 대해서 무겁지 않게 짚고 있다. 도망가이자 혁명가이고 사상가였던 마르크스는 스스로를 정치적 난민라고 칭했다. 사회주의를 지향했고 <자본>을 집필한 그가 산업혁명의 중심이었던 영국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자본주의가 종말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예견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때문에 다른 객체가 종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철학자 필리프 판 파레이스는 저서 '모두에게 실질적 자유를'에서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두 체제가 모두 필요하다고 썼다. 우리는 돈이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 세태는 과연 그럴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